서부팀 원하는 박찬호 '자리' 하나 둘 없어져 "보라스,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코리안 특급' 박찬호(33.사진)가 설 곳은 어디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FA 중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배리 지토(28.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29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년간 1억2600만 달러(약 1145억원)에 계약, 초대형 잭폿을 터뜨렸다. 지토는 2001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간 1억2100만 달러에 계약한 마이크 햄튼(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을 제치고 투수 사상 최고 연봉선수가 됐다.

그러나 지토의 자이언츠행은 박찬호에게 씁쓸한 소식이다. '내셔널리그 서부팀에서 뛰고 싶다'고 했던 박찬호는 선발투수진이 취약한 자이언츠를 뛰고 싶은 팀 중 하나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토의 이적으로 인해 선발 한 자리가 사라졌다. 자이언츠는 지토, 맷 케인, 노아 라우리, 맷 모리스 등 4선발까지 확보해 단 한 자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박찬호가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보통 제5선발은 팀 내 유망주로 채운다.

직전 소속팀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잔류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뉴욕 양키스가 최근 특급 투수 랜디 존슨을 방출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파드리스는 존슨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만일 파드리스가 존슨을 잡거나 데이비드 웰스와 재계약하게 되면 박찬호의 입지는 줄어든다.

지토의 진로가 결정됨으로써 나머지 FA 투수들의 계약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토 역시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선수다. 보라스는 일찌감치 그레그 매덕스를 파드리스와 1년간 1000만 달러에 계약시켰다.

'서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박찬호가 이제 믿을 구석은 자신의 선수를 원하는 팀에 척척 계약시켜준 보라스의 역량이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