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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떠나는 헌책방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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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유철상 / 사진 : 이미라



어슬렁거리며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 좋은 헌책방. 서울 시내 곳곳에 보석처럼 남아 있는 전문 헌책방을 찾아 나만의 보물을 찾아보자.

▣ 온고당서점 - 귀한 예술 서적이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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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 홍대 앞 건너편에 있는 온고당서점은 잡지 전시장처럼 사지 않아도 쭈그려 앉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2. 찾고 싶은 책이 꼭꼭 숨어 있을 것만 같다. 3. 세월의 무게처럼 두꺼운 책들이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서 있다. 4. 서점 앞 인도에 패션 잡지와 디자인 잡지를 전시한 것처럼 늘어놓고 있다. 5. 간신히 사람만 지나갈 정도의 통로가 책들로 포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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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 있는 30년 전통의 예술 전문 헌책방 온고당서점은 예술 관련 책방으로 유명하다. 특히 미술과 건축, 디자인, 사진, 애니메이션 관련 서적이 많다. 1층엔 외국 잡지와 인문 서적이 많고 지하 1층은 예술서 전문 매장이다.

특히 지하 1층엔 유명 예술가들의 손을 거쳤을 법한 귀한 책들이 많다. 온고당서점은 시간을 들여 찾아볼수록 보물찾기를 하듯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지하 매장은 반드시 구석구석 살펴봐야 한다. 주인이 추천 노하우를 ‘무작정 훑어보기’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된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책이나 디자인 도감 등은 외국에서 직수입한 것들이 많아 비싼 책을 헐값에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찾고 싶은 책이 있다면 출판사, 저자 등을 메모해 가면 주인이 직접 찾아준다.

헐렁한 평상복 차림으로 헌책방에 들러 책들을 뒤적거리고 있으면 금세 뿌듯한 행복이 찾아든다. 고흐의 그림을 감상해도 좋고, 패션 화보를 넘기며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마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진공 상태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욕심을 갖고 온고당서점을 찾았다면 시간을 넉넉하게 투자해라. 사진, 미술 도감, 애니메이션 이론서, 건축 디자인 서적, 오래된 화첩 등 예술 분야를 망라해 가득 쌓여 있는 책들 중에서 원하는 책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천천히 읽으며 여유를 누려라. 바로 이 방법이 온고당서점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02-335-4414 ▶11:00∼21:30 ▶홍익대 정문 대각선 오른편 ▶신용카드 불가

▣ 어제의 책 - 오늘의 책이 헌책방으로 부활하다.

신촌의 유명한 사회과학서점 ‘오늘의 책’. 사회과학서점의 명맥을 이어온 대표할 만한 서점이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 9월, 오늘의 책이 헌책방 ‘어제의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제의 책은 1만5,000여 권의 책과 4,000여 장의 LP로 가득하다.

30여 평의 매장을 가득 채운 책장을 휙 둘러봐도 사회과학 전문 서점의 명맥을 고집했던 주인의 고집이 읽힌다.

철학사전, 니체 전집, 마르크스 전집 등 귀한 책들이 눈에 띈다. 유명 사회과학 서적은 이곳을 찾는 단골들에게 인기가 좋아 잘 팔린다. 가격도 문학 서적보다 10% 정도 비싸다.

책을 뒤적거리다 보면 책갈피나 속표지에 저자의 친필 사인이나 개인의 사연이 담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어제의 책은 단골들의 사랑방을 자처한다. 큰 테이블과 작은 소파가 중앙에 놓여 있어 장시간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으면 잘생긴 주인장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니, 인정도 흐뭇하다.

▶02-734-7322 ▶12:00∼21:00 ▶서대문역 3번 출구에서 50m 지점 ▶신용카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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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 오늘의 책을 부활시킨 ‘어제의 책’은 서대문 인근 2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2.<솔제니찐 전집> 시리즈 사이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정장 차림 독자. 3. 30평 정도의 매장 중앙에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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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있는 책 - 향수에 젖게 하는 문학 서적 가득

유흥가로 가득한 신촌의 분주함을 살짝 비켜서 있는 헌책방 ‘숨어있는 책’. 이곳은 정말 숨어 있다. 현대백화점 맞은편 신호등을 건너 홍익대 방향으로 조금 오르다가 신촌교회를 끼고 골목길을 돌아가야 찾을 수 있다.

숨어있는 책이 이곳에 자리 잡은 지는 5년 남짓이다. 하지만 출판사 열화당 편집장을 지낸 주인 노동환 씨의 안목 덕에 좋은 책이 가득하다. 원래는 1층 10평 정도의 소규모로 출발했지만 지하 1층까지 확장해 문학 서적을 다량 구비하고 있다.

특히 소장하고 싶은 책들이 많다.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 유명 작가들의 초기 작품집, 지금은 이름도 잊혀진 문학 잡지 <노둣돌> 등 꼭꼭 숨어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 찾는 이용법은 ‘큰방’, ‘작은방’, ‘아랫방’을 나눠서 이용하는 것. 큰방엔 희소가치가 있는 책들을 분류해 놓았고, 작은방 작품집 그리고 아랫방엔 인문과학 서적과 문학 잡지 등을 갖추고 있다. 책을 찾다가 못 찾는 경우라면 주인에게 살짝 물어보는 것도 방법.

▶02-333-1041 ▶14:00∼22:00 ▶신촌교회 뒤편 ▶신용카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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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 다락방에 오르듯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 싶은 곳이 바로 헌책방이다. 2. 헌책방은 나이 든 중년들의 향수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 찾는 단골들은 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3. 신촌로터리에서 골목을 두 번이나 돌아야 만날 수 있는 숨어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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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서적 - 만화책만 10만 권. 이상 보유한 책 창고

평화시장 맞은편은 종로 6가에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도매 서점이 몰려 있는 일명 대학천 상가로 유명하다. 이곳은 잡지, 전집류, 아동 도서, 단행본 등을 30% 정도 할인 판매한다. 종로 5가에서 대학천 골목을 지나면 끝 지점에 만화 전문 헌책방이 몰려 있다.

이중에서도 천마서적은 가장 많은 만화책을 보유한 서점이다. 매장은 10평 정도로 작지만 창고에 별도 보관해둔 책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최대의 만화 전문 서점인 셈. 만화방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헌책만 전문으로 취급했지만 지금은 만화책 신간 도매 서점도 겸하고 있다.

만화 마니아들이 천마서적을 찾는 이유는 인기 만화를 비롯해 시리즈를 한 번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 주인 최상준 씨는 만화책을 시리즈로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귀띔한다.

또한 천마서적은 신간 만화를 가장 먼저 구입할 수 있는 곳. 게다가 주인에게 부탁하면 구하기 힘든 만화책도 찾아준다. 만화 마니아들이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02-2278-1292 ▶08:00∼19:00 ▶평화시장 맞은편 대학천 상가 ▶신용카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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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 천마서적은 낱권보다는 시리즈 전체를 구입하기에 좋다. 2. 출판사에서 책이 발행되면 대형 서점보다 먼저 이곳을 거쳐간다. 3. 온 가족이 만화책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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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도서 - 디자이너와 패션 리더들의 발전소

동대문쇼핑센터가 패션 시장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정은도서도 동대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정은도서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3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패션과 디자인 전문 서적을 판매해 온 유명한 서점이다.

특히 오랫동안 패션 전문 서적을 취급한 노하우를 살려 <보그> 등 패션 잡지를 직판하는 에이전시도 겸한다. 그래서 이곳 단골 중에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많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씨도 패션 잡지를 이곳에서 구입한다.

정은도서는 새 책과 헌 책을 동시에 판매해 디자인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전세계 패션 도서와 잡지를 취급하기 때문에 주문 판매도 겸한다. 서울에서 주문하면 직접 배달도 해주고 지방이라면 택배로 배송해 준다.

청계천의 헌책방은 청계 6가에서 청계 8가까지 이어진다. 평화시장이 있는 청계 6가 부근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과 더불어 청계천 일대의 헌책방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거리에 서 책을 읽던 풍경이 시간 속으로 묻혀버릴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02-2285-1784 ▶09:00∼21:00 ▶청계 6가 ▶신용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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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 헌책방 거리의 대명사로 통했던 청계천 6가 평화시장 일대의 풍경. 청계천 복원이 시작되면서 전업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헌책방이 늘고 있다. 2. 정은도서는 디자이너들의 발전소답게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이야기하는 장소로 통한다. 3. 좁은 매장이지만 세계의 모든 패션 잡지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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