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하 암도 찾는다… 연대 교수팀 나노물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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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nano.10의 -9승 상태의 극미 세계) 기술을 이용해 지름 2㎜ 이하의 작은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현재 15~30% 수준인 조기 암(0~2기 암) 진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천진우(이과대 화학과).서진석(의대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암 진단에 널리 사용 중인 자기공명영상(MRI)장치의 암 진단 능력과 암 촬영 영상의 해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초고감도 조영제(영상 진단시 더 선명한 사진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인 '메이오'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체 내의 물 분자를 찍어 영상을 얻는 기존의 MRI 영상은 몸속에서 암세포가 상당히 커진 뒤 발견되는 게 한계였다. 특히 지름 2㎜ 이하의 초기 암은 MRI 영상만으론 발견하기가 거의 어려웠다.

연구팀은 MRI 촬영 전 메이오를 혈관에 주사하면 이 나노 물질이 온몸을 돌아다니며 미세 암세포에 달라붙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MRI 촬영을 하면 이 나노 물질이 화면에 잡혀 조기 암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메이오는 크기가 10㎚에 불과해 환자가 이 조영제를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메이오가 실험 동물(쥐)의 유방암.난소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효과적이란 사실을 이번에 함께 입증했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도 이처럼 조영제 역할을 하는 나노 물질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적이 있었다. '클리오'라는 이름의 미국 제품은 메이오와 작동 원리에선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영상의 선명도는 메이오가 10배쯤 뛰어나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비록 동물 실험이긴 하지만 생체에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앞으로 조기 암 진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 교수는 "연구를 계속하면 5년 안에 이 기술을 인체에 적용하고, 10년 뒤에는 암 진단용 먹는 약으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 인터넷판에 25일 게재됐으며, 메이오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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