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에도 새봄 오려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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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양 IPU 참가·탁구팀 합훈 소식
새봄을 맞으면서 남북한관계에도 훈훈한 봄바람을 기대하게 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탁구선구권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남북한선수·임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손발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북한측이 다음달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의원연맹(IPU)총회에 우리측 대표단을 판문점을 통해 입북하도록 초청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평양측의 반대로 중단됐던 남북한고위급회담의 조속한 재개희망을 밝게 해주는 일들이다. 남북한의 실질적 관계개선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협조적인 대화분위기 조성에 이러한 일들은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정치적 문제에 매달려 입씨름을 벌이며 빚어지는 이견과 갈등을 완화하는 전 단계로서 우리는 다각적인 방면에서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접촉과 교류가 잦으면 그만큼 상호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분단이후 처음으로 양측 선수들이 탁구테이블에서 하나의 민족대표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지니는 상징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화합과 우애의 정신은 바로 남북한 국민 모두의 정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에 우리는 중요성을 부여하고 싶다.
그러한 정서가 실질적인 남북한관계교섭에 나서는 당국자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기를 열망하는 바람때문이다.그러한 화합의 정신으로 한달남짓 동거동락하며 연습한 뒤 세계선구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한층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북한측은 이번 대회의 진행상황과 결과를 보아 남북한을 왕래하는 통일축구를 재개하고 평양에서 열리게 될 탁구대회에 또 한차례 단일팀을 구성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교류확대의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좋은 만큼 우리측도 긍정적인 응대가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IPU총회에 남한대표단을 초청하면서 판문점을 경유한 입북을 허용하겠다는 북한측의 자세를 우리는 주목하고자 한다. 그들의 통지문은 우리측의 요청을 상당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특히 평가하고 싶다.
종래 일방적인 요구로 많은 조건을 붙여 그러한 접촉을 꺼렸던 북한이 어느정도 융통성을 보이는 신호로 받아 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융통성이 앞으로의 당국자간의 남북한대화에서도 계속되리라고 너무 낙관하는 것은 삼가야겠지만 관계개선 노력에 청신호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는 북한의 그러한 태도를 그들의 내부문제의 압력에 밀린 불가피한 자세라고 간단히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일방적인 시각만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뒤에 숨은 전략도 물론 읽어야 하지만 그러한 북한의 자세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찾아내 대화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계기를 살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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