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의 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건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났다."고건 총리 기용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성명서도 냈다.자신이 직접 작성했다는 A4용지 1장 분량의 성명서에서 그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이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국정을 전단(專斷)한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을 말해달라.

"내 입장은 말씀 드렸다.첫째 국가 지도자로서의 언행은 정제되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또 총리 재직때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시 여당 의석이 46석인 여소야대였을 때 총리 주재로 4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가 참여한 국정협의회를 매주 한 번씩 10번 이상 했다.국가현안과 정책,입법 과정을 정치적 조율을 통해 빠짐없이 원만하게 처리했다."

-대통령 발언이 서운하지 않나.

"아,그…평가를…예를 들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소추 상황에서 국민의 협조를 받아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했다.그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지 개인의 몫이 아니다."

-성명서 내용이 강경한 비판 톤인데.

"그런 게 아니다. 평소에 하던 얘기다. 지금 상황에 맞는 것만 모은 것이다."

-여당이 46석 이었을 때 안정됐는데 150여석이 된 지금은 오히려 안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사실에 관한 얘기다.당시 46석의 여소야대 정국하에서 (국정현안을)원만하게 처리했다."

-노 대통령이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계좌를 동결한 데 대해 (미 재무부와 국무부가)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표현을 썼다.

"이미 인터뷰에서 한미관계에 대해서 여러 번 얘기했다."

-잘못했다고 보나.

"한미관계에 대해선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 시기 문제와 미2사단 재배치 문제에 대해선 (내) 기본입장이 있다."

-대통령이 왜 그랬다고 보나.

"제가 오히려 여쭤보고 싶다."

그는 잠시 사무실 벽에 걸린 자신의 호 '又民(우민.다시 백성이란 뜻)'를 가리켰다.그러면서 "내가 우민이다. 공직에 일곱번 출입하면서 필요하면 일하고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할 때)나왔다.정부에 들어가더라도 다시 나와 다시 백성이 된다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앞서 말한 것과 같지 않을까요?"

-청와대에서 이후 해명성 연락이 있었나.

"모르겠어요."

그는 점심 약속을 이유로 사무실을 떠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하던 그는 모니터에 '노 대통령, '고 총리 인사는 실패한 인사''란 헤드라인 기사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다음은 고 전총리가 작성,발표한 성명서 전문.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나의 입장>

노무현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며 자기부정이다.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그것은 상생과 협력 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들어 국정을 전단한 당연한 결과이다.

내가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의석이 46석에 불과한 여소야대 정국이었으나 총리 주재로 4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를 매주 정례화하여 국가적 현안과제들을 정치권과의 조율을 통해 원만히 해결해 나감으로써 큰 차질 없이 국정을 운영한 바 있다.그러나 내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여당이 원내 제1당이었음에도 국정운영은 난맥을 거듭해 오지 않았던가.

노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하는 '고립'은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편 가르기, 21세기 국가비전과 전략은 커녕 민생문제도 챙기지 못하는 무능력,'나눔의 정치'가 아니라 '나누기 정치'로 일관한 정치력 부재의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나는 참여정부 초대 총리직을 제의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고 또 고뇌했다.그러나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권유와 종용에 따라 이를 수락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의 협조를 얻어 국가적 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한 데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언행은 신중하고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

2006년 12월 22일 전 국무총리 고건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