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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있으나 마나/정비업소·의료기관서 적용 기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수가 낮고 지급 오래걸려”/가입자들 현금준뒤 청구 소동
자동차사고때 정비업소와 의료기관에서 차량보험수리와 보험진료를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 자동차보험이 유명무실화되고 보험가입자들이 일반요금을 낸뒤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하는등 이중의 불편을 겪고있다.
이같은 사태는 자동차보험 수가가 일반요금보다 지나치게 낮고 보험금 지급도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비업소와 의료기관들이 보험적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대물사고=자동차정비업계는 지난해 5월 보험수가인 시간당 공임 4천6백원을 일반요금 수준인 6천5백70원(현재 8천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며 그동안 보험회사들과 맺어온 보험수리 약관을 해지,임의거래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각 정비업소들이 사고차량의 보험수리를 거부하는 바람에 보험가입자들은 일반요금으로 수리를 한뒤 보험회사에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보험수가와 일반요금과의 차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실정이다.
회사원 김형모씨(37·서울 홍은동)는 지난달 25일 출근길에 홍은동 고가도로밑에서 자신의 엑셀승용차 앞범퍼를 보도턱에 들이받았다.
김씨는 곧바로 차를 녹번동 B공업사로 끌고갔으나 공업사측에서 수리비 45만원이 소액이라는 이유등으로 보험수리를 거부하는 바람에 자비로 수리한뒤 보험사에 청구,수리비의 70%선인 30여만원만 보상받을 수 있었다.
정비업소의 보험수리거부는 지방의 경우가 더 심하지만 서울등 대도시의 경우도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서울 천호동 K공업사는 지난 1월부터 사고차량의 보험수리를 거절하고 일반요금 또는 일반요금과 보험수가와의 차액을 보험가입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이회사 상무 홍모씨(43)는 『보험수가가 너무 낮고 지급받는데도 3개월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11개보험사 연합회인 대한손해보험협회측은 『정부의 규제를 받는 보험료가 지난 86년이래 동결돼 보험사들이 막대한 적자르 보고있어 보험수가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인 피해=대인피해가 났을 경우에도 의료기관에서 자동차보험의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낮고 보험금지급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보험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개인택시 운전사 임성범씨(47)는 지난 1일 서울 방이동 네거리에서 김모씨(33·주부)가 운전하던 엑셀승용차를 들이받아 엑셀뒷좌석에 타고 있던 김씨의 두 딸(6,3세)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임씨는 곧바로 환자들을 인근 K병원으로 싣고 갔으나 병원측이 『통원치료할 환자이므로 보험이 안된다』고 해 보험가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비 18만원을 현금으로 물어야 했다.
서울 H병원의 경우도 지난해 9월부터 자동차보험환자는 원칙적으로 거절하고 있다.
이병원 원무과장 김모씨는 『82년도에 책정된 자보의료수가가 아직 불변이고 보험금 지급도 규정대로 3개월내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손해보험협회는 이에 대해 『자보 의료수가가 세세하게 분류·규정돼 있지 않아 임의수가가 많고 따라서 분규의 소지가 많아 절차가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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