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리에 '노면전차' 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프랑스 파리에 전차(電車)가 돌아왔다. 자동차 붐에 밀려 1937년 운행을 끝으로 사라진 지 69년 만이다.

오늘부터 파리 시내를 운행하는 노면전차(프랑스어로 트람웨)는 파리 외곽을 달리는 T1.T2(트람웨 1.2선)에 이어 T3로 이름 붙여졌다. 파리 남부 15구의 가르글리아노 다리에서 13구의 포르트 디브리까지 7.9㎞ 구간을 시속 20㎞로 달린다. 주파 시간은 24분. 파리교통공사(RAPT)는 하루 10만 명의 승객이 이 전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3는 파리시의 야심작이다. 파리시는 몇 년 전부터 오염 없는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펼쳐 왔는데 그중 하나가 자가용 운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을 늘리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상기시키듯이 T3 노선(사진)에는 파란 잔디가 깔렸고, 주변에는 1000여 그루의 나무가 심겼다.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 9개도 노선 주변에 설치됐다. 현대적 디자인에 세련된 외양을 갖춘 T3는 앞으로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관광 코스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시 교통당국은 개통 기념으로 16일 T3 개통식 직후부터 17일까지 무료로 운행한다.

노면전차는 프랑스 전역에서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수도권을 포함한 지방도시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정체와 대기오염을 해소하기 위해 속속 전차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파리 인근 라데팡스와 이시레물리노를 비롯해 마르세유.니스.몽펠리에.그르노블.리옹.낭트.보르도.스트라스부르 등 15개 도시에서 전차가 달리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8개 지방도시에서도 조만간 개통 예정으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리시 교통 당국도 2012년까지 T3 노선을 북쪽의 포르트 드라샤펠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이처럼 전차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오염.소음.정체가 없는 '친환경 3무 교통수단'이란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교통정체에 꼼짝없이 당하는 버스와는 달리 언제든 확실한 도착시간을 보장해 주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란 점이 이용객의 호감을 사고 있다.

지하철과 비교하면 지하를 달리는 답답함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6분의 1밖에 들지 않아 적은 돈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자동차 붐에 밀려 50년대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종적을 감췄던 전차가 반세기 만에 다시 자동차와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