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투표장엔 절대로 못들어갑니다.』
『너희들이 뭔데 교수를 가로막고 학장선출을 방해하는 거야.』
26일 오전 10시 서울 공릉동 산업대 본관 3층회의실 복도.
4대 학장선출을 위해 투표장에 들어가려던 교수 10여명과 쇠파이프를 든채 세겹 인간바리케이드를 친 학생 1백여명 사이에 험악한 대화가 오갔다.
학장선출 참여를 요구하는 총학생회 간부 80여명은 충남 온양에서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중단하고 서둘러 상경한 터였다.
참다못한 한 교수가 학생들을 밀치고 투표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교수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고함이 터졌다.
학생들은 굳게 잠긴 출입문을 제치고 들어가 막 투표를 시작하려던 교수들과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벌여 투표장은 삽시간에 수라장이 됐다.
흥분한 한 학생이 맨손으로 유리창 다섯장을 깨뜨렸다. 손에서 피가 흘렀다. 이어 창밖에서 학생이 던진 최루탄 한발이 터졌다.
매운 연기에 휩싸인 투표장. 교수와 학생들은 밖으로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교수들은 정오쯤 학생들 몰래 투표장을 교양관 6층 강의실로 옮겨 학장후보를 선출했다.
학생이 교수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최루탄까지 던지며 학장후보 선출을 방해하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눈을 피해 학장후보를 뽑아야 하는 대학가의 현실을 또 한차례 목격하면서 우리사회가 정상을 회복할 날은 과연 언제일지 암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남정호기자>남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