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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마다 군 화기 이동행렬/두 특파원 전선취재(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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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걸프전쟁이 지상전으로 바뀌면서 요르단에는 반미시위가 격화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다란간 고속도로에는 다국적군의 부대이동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은 요르단 암만의 진세근특파원과 사우디 다란의 김상도특파원이 각각 현지의 모습을 전해왔다.<편집자주>
◎다란=김상도특파원/건물벽엔 “미 해병 통과”낙서/한진근로자 26명 보급품 하역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셰라톤호텔 근처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떨어진 스커드미사일로 인한 공포심이 채가시기도 전에 중앙일보 사우디아라비아 취재팀은 다국적군의 지상공격개시 직후인 24일 오전 11시30분 묵고 있던 이 호텔을 뒤로하고 전선이 가까운 해안도시 다란으로 향했다.
24일 오전 5시 이 호텔에서 1백여m 떨어진 학교를 강타한 스커드미사일은 3층 건물을 두동강 냈다.
평소 몇배의 요금을 치르고 전세낸 리야드의 벤츠택시는 시속 2백㎞로 사막을 가로질러 달렸다.
○…리야드를 떠나 1시간쯤 달리자 보급지인 다란을 향해 이동하는 긴행렬의 미군차량들이 보였다.
헤드라이트를 켠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이들 트럭행렬에는 드럼,각종 보급품상자가 가득실려 있었으며 트레일러에는 자주포·장갑차·대공포 등이 실려있었다.
고속도로 길옆에는 이동하다 휴식을 취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군병사와트럭들도 자주 보았다.
○…리야드를 떠난지 한시간 남짓해 멈춘 고속도로휴게소에는 건물벽에 『해병이 여기 왔었다』라는 낙서가 있었다
미 해병의 이 낙서는 2차세계대전때부터 널리 쓰이면서 미 해병의 용맹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란에는 현재 한국건설업체 근로자들은 대부분이 철수했으며 항구하역을 맡고 있는 (주)한진의 관리자 및 근로자 26명이 다국적군 보급품 하역을 지휘하고 있다.
이밖에 자재관리를 위해 남아있는 극동건설의 2명등 다란·담맘·주베일 등 동북부지역에 총 2백45명의 한국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주사우디 한국대사관은 집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교민 1백14명,사우디보건성에 취업한 간호원 97명등이 포함돼 있다.
◎암만=진세근특파원/요르단인들 “미국 손실이 클것”/사원에선 이라크승리 기도회
○…다국적군의 지상전 돌입소식이 전해진 24일 암만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TV뉴스에 귀를 기울이거나 거리의 신문판매대로 몰려드는등 지상전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표명.
후세인가에서 구두가게를 경영하고 있는 무스타파 텔씨(37)는 『결국은 미국이 사악한 전쟁에 돌입했다』며 『사담 후세인이 전쟁에는 질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잃는 쪽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다국적군을 격한 어조로 성토.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쿠웨이트와 이라크영토 깊숙히 진격해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암만시민들은 침통한 가운데서도 이라크의 승리와 안전을 비는 기도를 올렸다.
암만시내 압달리가에 국회의사당과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킹 압달라사원에도 천여명의 회교신도가 운집,이라크의 승리를 기원했다.
의사인 아지즈 아부 루만씨(51)는 『불의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 『사랑과 징벌의 신 알라께서 부시에 대해서는 징벌의 수고를 아끼지 않으실 것』이라며 부시대통령에 대한 연민을 표시하기도 했다.
○…요르단주재 한국대사관(대사 박태진)은 24일 이른 아침부터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유사시의 대처방안 및 교민들과 한보·현대·한국관광공사직원들의 신변안전대책 마련에 부심.
대사관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균 참사관은 『오래전부터 대비해 온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 마련한 대책은 없다』고 밝히고 『교민전체에게 1인당 1개씩 방독면을 지급하고 비상시 행동요령을 숙지시켰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에도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신의 은총을 기원하는 코란의 방송소리가 은은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요르단 대학의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생 6백여명은 24일 오후 4시부터 미국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가두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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