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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 실체는 "북 지령 받고 기밀 유출한 조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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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8일 일심회 사건을 "국가기밀을 북한에 보고한 간첩사건"으로 규정했다. "남한에 통일전선체를 구축한 뒤 궁극적으로 소위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연방제 통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결정된 이적단체"라는 것이다.

◆ 일심회 실체=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1980년대 대학 운동권 출신인 피의자들이 사업체.정당 등에서 활동 중 북한의 지령을 받고 조직적으로 간첩활동을 한 사건"이라고 정리했다.

재미교포 시절 북한에 포섭된 장민호씨는 98년 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남한 내에 통일사업 조직을 꾸리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어 서울의 한 고교 동문 모임에서 만난 손정목씨, 사업상 알게 된 이진강씨와 이정훈씨를 접촉해 "북한과 통일사업을 하는데 조직을 같이하자"고 제의했다.

이들은 2002년 1월 장씨를 최상부 조직원으로 하고 나머지 3명을 하부 조직원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통일을 이룩하자'는 의미로 '일심회'라고 이름을 짓고 이를 북에 보고했다.

강령은 북한의 전위조직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 2005년 3월 반제민전으로 개칭)의 10대 강령을 그대로 따르고 ▶사업규율(토론으로 합의를 도출하면 무조건 관철한다)▶생활규율(검소한 생활을 하고 자신과 조직을 보위한다)▶조직규율(단선연계 복선포치(單線連繫 複線布置)의 조직 운영 원칙을 준수한다)도 만들었다. 단선연계 복선포치의 조직 형태는 상하 조직원만 일대일로 접촉하고 상위 조직원은 하위 조직원을 여러 명 두되 하위 조직원끼리 서로 알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식이다.

◆ 국가기밀 유출=일심회 조직원들이 북한에 보낸 정보를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민노당 주요 당직자 344명 성향 분석자료'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중연대.통일연대 등 관련 동향' '탄핵 정국 시 국내 동향, 2004년 총선 동향, 2006년 지방선거 동향, 북 핵실험 이후 여론' 등을 말한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를 한 일심회 조직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간첩죄를 적용했다. 국가보안법 4조1항2호(목적수행)에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경우'를 간첩에 포함시키고 있다.

◆ "보고서 진정성에 의문"=공동변호인단은 이날 입장서를 내고 "검찰이 피의자 5명에게 간첩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이는 검찰 의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일심회라는 조직 실체, 간첩혐의의 정당성, 일부 피의자 컴퓨터에서 나왔다는 소위 '보고서'의 진정성 등은 추후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의 기소 내용은 사실 확인이 안 된 주장을 정리해 놓은 수준이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 이적단체.반국가단체=대법원은 2000년 '국가변란을 직접적.1차적 목적으로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정원은 일심회를 반국가단체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형량이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은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일심회가 국가변란을 도모했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 국가기밀=대법원 판례는 '북한에 대해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문건'을 국가기밀로 인정하고 있다. 검찰은 일심회 회원들이 북한에 보고한 주한미군 재배치 현황, 민노당 당직자의 성향 분석 자료 등이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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