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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끊으면 내가 곧 너라는 숭산 스님 법문 아직도 생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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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명상을 통해 '참나'를 깨달아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 중생을 돕는 것이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입니다."

스승 숭산(崇山.1927~2004) 스님의 2주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헝가리 출신 청안(淸眼.40.사진) 스님은 인터뷰에서 "큰 가르침을 주신 스님이 늘 그립다"고 말했다.

청안 스님은 1991년 포교를 위해 헝가리를 방문한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다.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끊으면 너와 세상은 하나가 된다는 숭산 스님의 법문이 내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다"며 "이런 가르침은 이전에 부모나 교사 등 그 누구로부터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국제통역사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숭산 스님을 만나 불가에 귀의했다. 91년 미국의 프로비던스 선원에서 수행한 뒤 94년 출가했다. 그해 11월 한국에 와 6년간 수행하고는 99년 숭산 스님으로부터 지도법사 인가를 받은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등을 돌며 한국불교를 알리는 등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부다페스트 시내에 관음선원을 운영하는 한편 교도소 방문 등 사회봉사에도 열심이다.

청안 스님은 방한에 맞춰 법문집 '꽃과 벌'(김영사)을 출간했다. 지난해 동안거 기간에 화계사 대적광전에서 열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법문을 엮은 것이다. 상좌불교.대승불교.선불교로 나눠 불교의 개념과 사상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책 제목은 사조(師祖) 고봉 스님이 숭산 스님에게 전한 말씀에서 따온 것이다.

"꽃과 벌이 만나면 벌은 꿀을 얻고 꽃은 씨를 맺게 됩니다. 부처의 법을 전하는 것은 꽃과 벌처럼 상생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에 이를 때 중생을 구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청안 스님은 부다페스트 인근에 5000평 규모의 한국식 사찰 원광사를 짓고 있다. 이 책의 인세며 강의료 등을 모두 쏟아 붓고 있다. 8일 오전 화계사에서 열린 숭산스님의 추모 행사에 참석한 그는 13일 헝가리로 돌아간다.

글=김성희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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