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노동운동가"1인2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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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천경찰서 성 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씨(28)는 주부·노동운동가의 1인2역을 하는 바쁜 삵을 살고있다.
공문서 변조 죄로 13개월 동안 복역하다 지난 87년7월 가석방된 권씨는 89년9월 결혼했고10월엔 노동인권회관을 세워 본격 노동운동에 나섰다.
성 고문 사건으로 국가에서 받은 배상금 중 2천만 원과 주위의 도움을 합쳐 세운 이 회관에서 권씨는 대표간사로 살림과 운영을 도맡고 있다.
『노동자들이 역경 속에서도 사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노동조합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1년3개월동안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서울 가리봉5거리 부근의 신축건물 3층을 세낸 34평이 권씨의 일터다.
권씨의 남편 김상준씨(31)는 서울대 학생회장 출신의 노동운동가로 이 회관에서 교육부장을 맡아 함께 일하고 있다.
-회관에서의 일과는.
▲노동관계 자료를 검토하고 회관의 회보인 인권소식과 외부 청탁원고 집필, 그리고 회관의 운영과 관리에 관한 크고 작은 일을 모두 처리합니다.
-회관이 하는 역할은.
▲노동자의 상담·교육·조사연구·자료발간 등입니다. 12명의실무자들이 매일 10여명의 노동자들의 상담에 응하고 노동자들의 교육도 기획해 매월50명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적자운영이 아닌지요.
▲내 체험을 담은 수기『하나의 벽을 넘어서』가 2만 부정도 팔려 그 인세수입이 있어요. 또한 국가배상금 중 남은 일부 등을 회관운영에 쓰고 있고요. 앞으로 후원회 제도를 활성화해 이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희망은.
▲노조운동은 자꾸 발전해 나가는데 여기에 실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자신의 역량을 쌓아나가는 것입니다.
사무실을 옮겨다니지 않도록 자체의 회관도 짓고싶고요.
-주부와 운동가를 범행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우리 부부는 바깥생활과 마찬가지로 집안 일도 함께 한다는 원칙을 갖고 가사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유명인사가 된데 따른 불편함은 없는지요.
▲사람들이 알아보고 권인숙 씨냐고 물어보는 게 괜히 싫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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