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윤방부<연대 의대교수·가정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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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를 사는 우리주변은 날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집안 팎 어디를 가나 시계소리로부터 시작해 전화벨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각종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온갖 소음이 복잡한 사회생활을 더욱 혼잡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한적하고 고요한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서조차 자신의 귀에서 소리가 난다면 실로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2년 전 65세 된 여자환자가 귀에서 소리가 난다면서 진찰실에 왔다. 이 환자는 여행자유화로 인해 모처럼 미국여행을 갔는데 한쪽 귀에서 욍욍거리는 매미우는 소리가 나서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귀국했다는 것이다. 환자는 평소 고혈압·당뇨는 물론이고 귓병도 앓은 적이 없으며 나이에 비해 시력·청력도 좋아 늘 건강을 자랑삼아 왔다고 했다. 병원에 왔을 때도 귀에서 소리나는 것을 제의하고는 귀에 대한 아무런 증상은 없었다. 그러나 좀더 세밀한 진단을 위해 일단 여러가지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청력검사·뇌 단층 촬영 등을 시행해「청신경 암」이 발견됐다. 이 환자는 암을 도기 진단·조기 수술할 수 있게 되어 퍽 다행스러웠다.
「귀에서 소리가 난다」를 의학적 용어로「이명」이라 하는데 이는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없는데도 환자가 소음을 듣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설명할 때는 「타각적 이명」과「자각적 이명」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타각적 이명이란 환자자신 뿐 아니라 주위 다른 사람도 환자의 귀나 목에 가까이 가거나 청진기를 대면 환자로부터 소리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는 호흡에 따라, 심장박동에 따라 소리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의사가 진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심장박동에 따라 달라질 때는 혈관계 이상으로 혈관이 기형적이든지 커졌든지, 또 암이 생긴 경우를 의심해야하고, 호흡에 따라 달라질 때는 귀의 이판과 인두 근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의심하며 때로는 갑작스레 체중이 감소하거나 심하게 영양실조 된 상태에서도 이와 같이 나타나곤 한다.
자각적 이명은 객관적으로 알기가 힘들고 단지 환자 자신에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원인은 귀 내부나 청신경·뇌 속의 이상으로 오지만 대개는 발생기전도 불분명해 치료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귀지가 많을 때, 고막에 이상이 있을 때, 중이염이 있을 때, 또는 소음성 난청, 노인성 난청, 약물로 인한 난청, 청신경 암, 메니어씨병, 뇌 암 등에서 보이는 난청이 바로 이것이다.
귓 소리는 앞의 환자와 같이 다른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암의 조기발견 실마리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검사를 했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치료방법도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아 검사비용만 들었다고 원망하는 환자도 있어 이들 환자를 만날 때마다 비용 효과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학자는 심한 이명 환자의 60∼70%가 과도한 소음노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소음은 증가할 것이고, 또 노인 화나 약물로 인한 난청인 경우에도 귓 소리를 호소하는데 이는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이명 환자는 날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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