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도움 없이 암 진단, AI 의사 만든다…볼파라 품은 루닛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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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루닛이 의사의 개입없이 암 진단이 가능한 ‘의료 AI’를 만든다.

테리 토마스 볼파라 대표(왼쪽)와 서범석 루닛 대표. 김남영 기자

테리 토마스 볼파라 대표(왼쪽)와 서범석 루닛 대표. 김남영 기자

무슨 일이야

22일 서범석 루닛 대표는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방암 검진 특화 AI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볼파라) 인수 완료에 따른 향후 사업 방향과 제품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서 대표는 “볼파라와 루닛은 암을 정복하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루닛은 이달 초 1665억원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인수 자금을 조달했다.

루닛은 어떤 회사

2013년 설립된 루닛은 AI 기반 의료영상 진단 및 치료 플랫폼 개발 기업이다. 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백승욱 현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6명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AI를 통해 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 유방암, 폐질환을 진단 보조하는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를 위한 플랫폼 ‘루닛 스코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해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계기로 의료 AI를 더욱 고도화한다. 볼파라는 1억7000만장의 유방 촬영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매년 2000만장씩 새로운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로 루닛의 의료용 파운데이션 모델(기초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범석 대표는 “1000만~1억장 (의료용) 데이터가 있어야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루닛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뒤, 각 고객사의 데이터로 파인튜닝(미세조정)한 맞춤형 AI를 만든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도 루닛 솔루션의 정확도는 95~97%이지만, 99% 이상 정확도를 내기 위해선 각 고객사 데이터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루닛은 영상의학과 의사 개입 없이도 AI가 정확히 의료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자율형 AI’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2~3년 내로 자율형 AI가 등장할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의 인허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22일 서범석 루닛 대표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루닛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볼파라) 인수 완료를 밝혔다. 김남영 기자

22일 서범석 루닛 대표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루닛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볼파라) 인수 완료를 밝혔다. 김남영 기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볼파라는 미국 병원 2000여 곳에 유방암 검진과 관련된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유방암 AI 진단 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루닛은 볼파라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공급망과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두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유방암 검진 시장에 집중한다. 유럽,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서 대표는 “볼파라는 미국 시장에, 루닛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강하기에 서로의 제품을 크로스셀링(교차판매)하는 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루닛은 내년 매출 1000억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대표는 “내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해 글로벌 의료 AI 시장을 리딩하는 회사가 되겠다”며 “추가 인수합병과 전략적 파트너십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진할 수 있는 암의 범위도 확장한다. 서 대표는 “현재는 유방암, 폐질환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전신 MRI(자기공명영상)로 아직 검진이 되지 않고 있는 암들을 검진하는 것이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