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은 미국의 성공에서 배운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은 냉전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돌아온 것은 무기 경쟁뿐이었고, 공멸의 위기감이 높아졌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데탕트 정책으로 바꿨습니다. 15년 정도 지나니 소련이 스스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1998년 6월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당초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40분간 나, 김대중(DJ)과 클린턴 대통령의 단독회담이 예정됐다. ‘상견례(相見禮)’ 성격이 강했던 자리였지만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1998년 6월 9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유가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회담 막판에 내게 대북정책 구상을 소상히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30분 동안 ‘햇볕정책’의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는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