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인 1998년 6월 16일의 일이다. 앞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 김대중(DJ)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으로부터 ‘햇볕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클린턴 대통령은 “행인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서는 강력한 바람보다 햇볕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남북 문제에서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 실행을 고민하던 차였다.
이날 판문점에서 펼쳐진 소떼 방북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남북 교류의 물꼬를 터준 사건이었다. 당시 83세의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정 회장은 소떼가 군사분계점을 건너가자 인사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