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올라탄 나, 김대중(DJ)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운 레이스를 펼쳤다. 내게 생애 네 번째이자 마지막 대권 도전이던 1997년 15대 대선이 그랬다.
구도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한나라당 이회창-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3자 구도로 압축됐다. 나는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회창은 ‘3김 청산’을, 이인제는 ‘세대 교체’를 외치며 경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거대한 역풍이 내게 몰아쳤다.
실체 없는 1000억원 비자금 폭로
첫 번째는 비자금 의혹. 이회창 후보 측에서 나를 낙선시키기 위해 기획한 비열한 작태였다.
이회창 후보의 신한국당(11월 21일 민주당과 합당 뒤 ‘한나라당’으로 개명)은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 이른바 ‘김대중 비자금 의혹’이란 사건을 터뜨렸다. 내가 1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검찰에 뇌물 등 혐의로 고발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20억원 외에 돈이 더 있다는 ‘20억+α(알파) 수수설’도 퍼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