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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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바쁜 농사철을 보내고 난 농촌의 긴 겨울잠이 시작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농부들은 대개 이 겨울을 허송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농공단지에서 땀 흘리는 농부들도 있고, 또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 우리네 농촌의 현실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동절기의 농촌 유휴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겠다. 노름판이 벌어지고, 먹거리 판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농어촌 여러 곳에 농공단지가 있지만 사실상 부녀자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면 큰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특용작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관계기관의 무성의한 태도로 특용작물 재배농가가 극히 소수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하여 기피하는 능가도 많으나 관계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지속적으로 지도를 한다면 많은 농가가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점에서 농부들은 농한기에는 도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용 근로자로서 피땀 흘려 농사짓는 것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결국 농촌을 떠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겠다. 일년내 일을 해서 남는 것이라고는 빚뿐이니 어떻게 농촌에 정을 붙이고 살수 있겠는가.
UR협상이 타결되면 이러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농촌이 황폐화 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농촌도 잘 살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대도시 위주의 행정을 지양하고 농어촌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아무런 대책 없이 관망만 하고 있다가 갑자기 위기에 봉착하면 그때 가서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호미로 막는 슬기를 보여야겠다. 정작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우리경제는 뿌리째 뒤흔들릴 것 아니겠는가. 【조광이 <전남 나주시 대호동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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