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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삶」을 노래로 표현-「여성노래 한마당」준비 부산 작곡가 안혜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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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래처럼 우리의 정서와 밀착돼 있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여성들의 살아있는 경험을 담아낸 노래는 실종돼 버린지 오래다.「여성 자신」을 노래함으로써 그들의 건강한 정서를 회복시키려고 애쓰는 작곡가 안혜경씨(33·경기도 이천군 이천읍 창전3리)는 그래서 더욱 귀한 존재다.
「여성 노래 한마당.」(한국여성민우회·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동주최, 17일 오후 7시, 18일 오후3시·5시 연세대강당)공연을 앞두고 그는 소속된 민우회 문화기획실 주부노래팀과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도록 욕심을 부렸는데 욕심만큼은 안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아요. 그렇지만 연습과정에서 호평을 받았던「나팔꽃 아이」「아이에게」등 몇 곡은 여성노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노래 한마당」에서 불릴 노래는 연주곡을 포함, 모두 18곡. 4부로 나뉘어 발표된다. 제1부「역사속의 여성.」에서는 식민지 시대에서 여성들이 생산을 담당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버텨왔던 강인한 생명력이 시어머니의 말씀』『아느냐 내 딸들아』『나팔꽃 아이』 『그리운 이름』등의 노래를 통해 표출된다.
제2부「여성의 현실」에서는 전업주부에서 직장여성에 이르기까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허위의식·짜증스러움·긴장감과 갈등 등이 밝고 경쾌한 리듬에 실린다.『사계』『암탉이 울면』『커피카피 아가씨』『사라진 신데렐라의 꿈』『나는 일이 필요해』『우리들의 노래』등이 발표된다.
제3부「모성」에서는 탁아법 제정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서울 망원동 혜영·용철남매 질식사건을 주로 한 빈민여성 육아문제가『어머니의 손』『고사리 손 꼬옥 잡고 어린 남매 가는구나』.『이 어미가 죄인이다』『생선장수 아줌마』등을 통해 들추어진다.
제4부「전망」에서는 현 사회와 동떨어져 여성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암시하는『말들아 소거나라』『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그날이 오면』 『가자 우리모두 노래가 되어』등이 합창곡으로 발표된다.
18곡 중에서 안씨가 작곡한 것은 모두 14곡. 이 가운데8곡이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된 것이다.
『지난 10월초에 가사집필을 맡았던 유소림(39·주부), 안일순(35·주부)씨로부터 가사를 넘겨받고 작곡에 착수했어요. 가사 집필 팀들이 직접 현장의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낸 덕에 작곡이 쉬웠습니다.』
남편(이성근씨·33)과 다섯 살·일 곱살 된 두 아이가 잠든 후 가사를 몇 번씩 곱씹어보며 악상을 정리했다는 그는『이번 작업을 통해 여성들이 직접 참여해야 자신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 절실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는다.
이화여대 성악과 재학당시 사회와 동떨어진 음대 특유의 고급스런 분위기에 갈등을 느껴 「우리들의 생활노래」를 찾는데 심취해온 그는 87년 민우회의 여성문화 창조운동에 기꺼이 동참, 지금까지 30여 곡의 여성노래를 작곡해왔다.
안씨는『여성노래를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사는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모든 것의 출발은 자기자리를 확인하는데 있다』고 강조, 여성들의 동참을 기대 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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