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이 "한·중 30년, 체제 다른 국가간 모범적 수교 모델 제시" [한·중 수교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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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이(張忠義) 연세차하얼(察哈爾)연구소장은 지난 1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중 수교는 다른 체제 간 맺어진 바람직한 국제 관계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15일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직후인 같은달 18일 미·중 정상간 영상통화는 백악관 지하 지휘소에서 이뤄졌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5일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직후인 같은달 18일 미·중 정상간 영상통화는 백악관 지하 지휘소에서 이뤄졌다. [EPA=연합뉴스]

장 소장은 양국 관계를 30세를 의미하는 ‘이립(而立ㆍ나이 30에 이르러 확고히 일어나 신념을 가짐)’에 비유하며 “양국 관계가 ‘어른’이 됐으니, 더 성숙하게 오해와 모순을 풀 시기가 됐다”고 했다.

장 소장이 소속된 차하얼학회는 중국의 대표적 외교·국제관계 전문 민간 싱크탱크다. 장 소장은 차하얼학회 부비서장에 이어 현재는 연세대와 공동설립한 연세차하얼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13일 한국과 중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 연장에 합의한 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모습. 원화와 위안화 뭉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0월 13일 한국과 중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 연장에 합의한 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모습. 원화와 위안화 뭉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ㆍ중 수교 30년의 성과를 평가해달라.
“양국 수교는 동북아에 존재했던 냉전 체제를 타파하는 데 기여했다. 양국 수교는 제도와 체제, 이념이 다른 국가 간에 맺어진 국제관계 발전의 바람직한 모델이 됐다. 한·중 수교로 동북아의 대립과 모순, 마찰 등 냉전체제가 해소되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됐고, 이를 토대로 양국은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뤘다.”
장중이(張忠義) 연세차하얼(察哈爾)연구소장

장중이(張忠義) 연세차하얼(察哈爾)연구소장

한ㆍ중 경제에서 최근 경쟁 영역이 많아졌다.
“수교 초기 경제협력 규모는 연간 50억~6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600억 달러가 됐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로, 한ㆍ중 무역 규모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에도 한국은 3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자 2번째 투자국이다. 지금까지의 깊이 있는 협력이 튼튼한 기초가 될 거라 믿는다.”
양국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심각하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했다. 양국 관계도 신념을 가진 어른이 됐다. 체제가 다르고 오랫동안 단절됐던 나라 사이에선 오해나 불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양국은 이제 자국 중심을 넘어 동북아시아 지역이라는 공통적 요소나 각자 국민의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볼 필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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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전하자, 그는 “익히 알고 있다”며 웃었다.

양국 국민의 부정적 인식 수준이 심각하다.
“근본적으로 정치 제도, 가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중국도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편집적 애국주의ㆍ민족주의가 나타나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야유, 욕설, 비하가 강해졌다. 특히 양국 언론이 개인적 표현이나 SNS 주장까지 인용해 갈등을 확대시킨 측면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평가는 어떻게 보는가.
“그러한 지적에 중국 내 다수의 학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미 동맹의 역사성과 필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동맹의 공고화가 제3국을 겨냥해선 안 된다. 동맹은 역내 모순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던 중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던 중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참여에 대한 평가는.
“갈등의 양상이 냉전 당시 이데올로기 경쟁과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제는 2차대전 이후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와 닮았다. 정치 영역의 냉전이 경제로 확대된 구조다. 다만 중국도 한국이 반도체 핵심 기술을 가진 미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이 이에 편입하더라도 포용적 국제질서에 기여하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계속 역할을 해왔다. 4자회담과 6자회담을 주선했고, 남북관계 개선도 지지했다. 쌍궤병행(雙軌竝行ㆍ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동시 진행)도 중국이 제안했던 사안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는 중국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선 평화ㆍ안정을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비핵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가 나서야 하고, 한·중은 옆에서 돕는 역할이 맞다고 본다.”
중국과 북한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혈맹이라며 양국의 우의가 대대손손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과 북한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혈맹이라며 양국의 우의가 대대손손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제재를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압력을 행사할 순 있겠지만, 부작용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무력 사용도 배척하는 수단이다. 유엔이 그동안 대북 제재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했지만, 효과가 있었나. 핵보유국으로 가겠다고 결심한 북한을 제재한다고 해서 핵 개발을 멈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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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소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대만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하기에 따라 자칫 2016년 ‘사드 사태’보다 더 큰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사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사드는 본질적으로 한ㆍ중 간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사드를 배치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한국 내 일각에서 ‘추가배치’ 등을 주장하는 것은 한ㆍ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한국 정부가 ‘사드 3불’ 관련 입장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중국 포털 사이트가 알린 사드 발사 장면. 사진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포털 사이트가 알린 사드 발사 장면. 사진 중국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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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문제의 해결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역시 한국이 직접 관련국이 아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을 고려해왔다. 상대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나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ㆍ중 모두 상대가 스스로 마지노선이나 레드라인을 어떻게 상정해 놓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가지고 사드나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소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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