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중 30년, 수교 핵심 목표인 '北 정상국가화' 미흡" [한·중 수교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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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30주년을 맞은 한ㆍ중 수교에 대해 “한ㆍ중 관계 자체는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30년 전 양국이 수교를 결정했던 근본적 목표에선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ㆍ사회 분야에선 큰 발전을 이뤘지만, 당초 목표했던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점에선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지난 2020년 7월 13일 서울 중구 HSBC빌딩 회의실에서 열린 한중 비전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지난 2020년 7월 13일 서울 중구 HSBC빌딩 회의실에서 열린 한중 비전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 교수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ㆍ중 갈등 속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제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의 참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시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ㆍ중 수교 30년의 성과를 평가하면.
“30년 전 한국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기 위해 북한의 우방이 필요했다. 중국은 개혁ㆍ개방에 따른 기술력을 가진 국가를 원했던 동시에 남북 동시 수교는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이 됐다. 또 한국이 대만과 단교할 경우 대만을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제 등에선 괄목할 발전을 이뤘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패하고 ’핵을 가진 북한’만 남았다. 한ㆍ중 수교의 핵심 목표라는 측면에선 수교의 성과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는 3월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발사 명령과 현장 참관 등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하달했다고 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는 3월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발사 명령과 현장 참관 등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하달했다고 전했다. 뉴스1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의미를 감안해야 한다. 북한은 한국은 물론,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과 미국에게도 위협이다. 특히 한ㆍ미가 동맹인 이상, 본질적 공통 위협인 북한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이 이해하고 과도한 우려를 피해야 할 거라고 본다.”
사드 문제 해결의 혜안이 있을까.
“미ㆍ중 갈등의 증폭은 한국에게 오히려 전략적 가치를 높일 기회다. 중국이 한국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한국은 결국 미국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의 명분이 된다. 그런데도 중국은 아직까지 북한의 위협이라는 본질에 대해 한국과 한 번도 진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정작 핵심 우려 사안인 북핵에 대해선 논의를 회피하고, 그저 한ㆍ미가 가까워지는 데 대해서만 반발하는 모양새다.”

강 교수는 이 지점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했다. "한국, 미국, 중국이 서로의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며 대화해야 협력의 공간이 넓어진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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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발사대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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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외교장관의 만남 이후 사드 갈등이 더 첨예해졌다.
“북한이 가해자이자 문제 유발자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마치 북한이 피해자인 것처럼 만들어왔다. ‘사드 3불’을 약속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주장 자체가 사실 내정간섭이다. 특히 '1한'과 관련한 운용 문제는 미국과 얘기할 문제다. 한국에 사드가 들어왔으면 미국이 운용하는 거다. 이에 대해 한국에만 얘기하니 서로 감정만 상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다.”

강 교수는 "사드가 배치된 '근본 원인'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중요한 건 "한국이 3불을 약속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사드 사태의 본질인 '북핵 위기'가 해소됐는가"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의 무게추를 미국 쪽에 두고 있는데.
“지난 정부에 비하면 대미 경사로 보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정상화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지난 정부는 북한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국제질서를 판단했고, 그러다 보니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에 할 말도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림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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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등에 참여하는 데 대해 우려한다.
“중국과 무관하게 미국과 일본, 대만은 칩4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미국의 원천기술, 일본의 소재부품, 한국과 대만의 생산기술로 구성된다. 한국이 이를 거부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반도체 분야의 우위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다른 3개국과 다른 점은, 반도체 생산의 40%를 중국이 쓴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해 오히려 중국에 ‘한국과 협력해야 반도체 확보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만 문제도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을 통일해 중국몽(中國夢)을 완성하고, 마오쩌둥(中國夢)을 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이 대만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얘기해야 한다. 특히 대만해협은 한국과 일본의 중동 석유 수송 루트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한ㆍ일이 함께 갈 명분이 생긴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아시아에서 북한과 대만이라는 두 개의 전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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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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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솔직히 이유 없이 그냥 기분 나빠서 생겨난 악감정이 많다.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를 과도하게 미국을 비롯한 외부, 특히 자유 진영의 언론 등으로 원인으로 돌린다. 정작 중국 관영매체 등은 6ㆍ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ㆍ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을 돕는다)는 역사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의 가치관을 좌우할 수 있는 역사 왜곡은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할 미래 세대에 오랫동안 악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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