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中 인상 부정적”…"사드는 정상화, 추가엔 반대” 58% [한·중 수교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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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년을 맞아 국민 의식을 알아보고 그간의 양국 관계를 진단하며 미래 30년을 생각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국민의 대중(對中)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 연세대 교수)과 면접조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EAI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7월 21일~8월 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28명을 상대로 심층 대면 면접조사(PI)를 진행했습니다(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로, 표집은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9월 중국을 방문해 양상쿤(楊尙昆)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중앙포토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9월 중국을 방문해 양상쿤(楊尙昆)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중앙포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기획한 심층 대면 면접조사 결과 중국을 향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3%는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반면, 긍정적 인상을 갖고 있는 비율은 11.8%에 불과했다. ‘최대 교역국’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수사가 무색해지는 조사 결과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한국 국민의 대중(對中) 인식에선 오히려 부정적 인상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정 인상의 이유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외교행태'를 꼽았는데, 사드 배치 문제의 해법으론 '기배치된 기지 정상화 및 추가 배치 반대' 의견이 가장 많았다.

3년 만에 ‘부정’ 20% 늘고 ‘긍정’ 절반으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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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조사는 지난해에 비해선 부정적 시선이 미약하게나마 줄었지만, 전반적으론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2019년 중국에 대해 긍정적 인상을 가진 비율은 22.2%로 지금의 두 배 수준이었다. 부정적 인상 역시 2019년(51.5%)와 비교했을 때 20% 포인트 가량 늘었다.

2019년 이후 한국은 대중 외교 강화를 주요 외교 과제로 설정해 한·중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외교부는 2019년 업무보고에선 “중국과의 교류·협력 속도 가속화”를, 2020년엔 “한·중 관계 복원을 넘어 미래 30년 협력 비전 수립”을, 지난해엔 “국민 체감형 실질협력 증진”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오히려 대중 부정 인식이 악화했다는 건 통상적인 외교 노력만으론 국민 정서 전환을 이끌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中 전랑외교에 반감 커져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반중 정서의 기저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로 불리는 중국의 최근 강압적인 대외 정책에 대한 반감이 자리했다. 면접조사 응답자에게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유를 묻자 54.9%가 ‘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행동’을 꼽았다. 이외에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대표되는 ‘역사 갈등’이 12.9%,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에 대한 반감은 12.0%로 집계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중국의 동향 중 가장 우려하는 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31.5%는 ‘한국에 대한 강압적 외교행태’를 꼽았다. 미국과의 갈등(23.0%)이나 러시아·이란과의 관계 강화(11.7%), 역사·문화 왜곡(6.8%)보다 오히려 중국의 태도 그 자체를 문제시하는 여론이 강했다. 이는 사드 보복 등 한·중 간 특정 현안이 해소되더라도, 중국 외교의 근본적 정체성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의 대중 인식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절반 이상 “사드 추가 않되 기배치 정상화”

중국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튿날인 지난 10일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 '3불1한'을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1한'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최한 한중 외교장관이 회담 직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외교부 제공

중국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튿날인 지난 10일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 '3불1한'을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1한'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최한 한중 외교장관이 회담 직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외교부 제공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을 초래한 ‘강압적 외교 행태’의 대표 사례인 사드 보복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차 한·중 갈등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기존 ‘사드 3불(不)’에 더해 추가로 ‘1한(限)’을 주장해 사드 운영 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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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면접조사에선 한국의 사드 배치 및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사드 추가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8.4%는 기배치된 사드 기지는 정상화하되, 추가 배치에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선택이다. 추가 배치가 부를 부담은 피하되 안보 주권 차원에서 기존 사드는 제대로 운영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경북 성주의 사드 발사체계는 ‘임시 배치’ 상태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 2017년 이후 5년 넘게 환경영향평가 등 정식 운용을 위한 각종 절차가 제자리에서 맴돌면서 벌어진 일이다. 사드 운용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 기지 내의 부지를 미군 측에 공여하는 절차를 다음 달 마무리해 ‘사드 기지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사에선 기배치된 사드 기지의 정상화에 이어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사드 기지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16.3%로 집계됐다. 이를 종합하면 사드 기지 추가 배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기배치된 사드 기지 정상화에 국한할 경우 찬성 의견이 74.7%(58.4%+16.3%)에 달한다. 현 기지 철거 및 추가 배치 반대 의견은 13.5%였다.

사드 추가 배치를 둘러싼 의견은 연령대별로 상이했다. 50대(18.0%)와 60대 이상(18.8%)에선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찬성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18~19세(3.6%)와 20대(15.9%)에선 그 비율이 낮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적 성향의 응답자는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의견이 11.6%인데 반해, 보수 성향에선 그 비율이 21.7%로 높은 편에 속했다. 사드 배치 문제 자체가 국내에선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中 '긍정 인식' 이유는 문화와 경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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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드러낸 응답자 중에선 39.7%가 그 이유로 문화·전통을 꼽았다. 중국이 이룬 고도성장을 높이 평가한 비율이 28.1%, 거대 시장으로 경제적 기회가 많다는 점에 호응한 응답자는 27.3%였다. 중국의 강압적 외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분명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 함께 속한 한·중은 서로 거부감 없이 공유할 문화라는 교집합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 중국과의 경제 윈윈(win-win)은 매우 중요하다는 국민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중 관계의 긍정적 발전과 국민 정서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기 위해선 한·중 정상회담 등 최고위급 교류를 통해 호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민간 교류 차원으로 이어나가는 총체적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며 “특히 한·미·일·중 4개국이 참여하는 정상회의 기구 신설은 중국을 향한 우리 국민의 외교·안보적 우려를 해소하고 한·중 간 실질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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