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도 못꿨던 2030세대 '탈서울'…이곳 몰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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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연합뉴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연합뉴스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 구매자 중 서울 거주자의 비중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솟은 서울 집값에 대출규제 등이 겹쳐 경기도에서 내 집 마련을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에서 ‘서울 엑소더스’ 현상이 뚜렷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건수 32만7992건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은 5만6877건으로 17.34%를 차지했다. 2009년(17.45%)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 중 서울 거주자 비율은 2009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4년 13.05%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 15.25%, 지난해 17.34%로 상승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전출입 이동자 수를 보면 지난해 56만7366명이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중 36만2116명인 약 64%가 경기도로 전입했다. 서울 전출자 중에서 20·30세대가 가장 많았다. 지난 6일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떠난 인구 2명 중 1명은 20·30세대였다. 특히 30대의 순 유출이 많았다. 20대의 경우 서울을 떠난 이유가 가족과 직업 등이었다면, 30대는 주택과 가족 등의 이유를 꼽았다. 서울의 높은 집값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탈서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5014만원으로 전국 평균 5억1342만원, 경기도 6억802만원보다 약 2배가량 높았다. 전셋값 차이도 크다.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294만원으로 경기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보다 높다. 서울 전셋값은 1년 전보다 29%(1억4112만원) 올랐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에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는 16.5%에서 2.7%로 대폭 줄었다. 최근 정우택 의원(국민의 힘)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광역시도별 주택구입물량지수 현황’(2017∼2021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K-HAI)는 2017년 16.5%에서 지난해 2.7%로 줄었다.

이 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보유한 순 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았을 때 살 수 있는 해당 지역의 아파트 비율을 나타낸 수치다.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는 아파트가 5년 전에는 100채중 16~17채 정도였다면, 지난해에는 3채도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중위소득은 1인 가구는 182만7831원, 2인 가구는 308만8079원, 3인 가구는 398만3950원, 4인 가구는 487만6290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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