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성교제 바람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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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를 마치 탈선의 길로 빠져드는 첫 걸음인양 생각해 적극 반대하지만 많은 청소년들은 호기심을 갖고 있어 갈등을 빚는다.
「청소년기의 이성교제, 허용해야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상담교사·학부모들이 참가, 찬반토론을 벌인 모임이 최근 현대 백화점 소극장에서 열렸다.
청소년 상담 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청소년기 이성교제 찬성자로 나선 서울청소년 지도 육성회 이규미 상담실장은『사춘기이후 청소년들이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귀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성장의 과정에서 누구나 거치는 한 단계』라고 전제하고『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놔두고 부모와 교사가 비뚤어진 길로 가지 않도록 잘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하고 있는 이성교제를 부모가 반대한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라며『청소년기에 상대방에게 헌신적인 호의를 베풀어 보고 또 잘 안될 때는 사랑의 고배도 마시면서 커 봐야 진정 성숙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산 교육」이 될 것』이라고 청소년기 이성 교제를 적극 옹호했다.
이에 비해 반대측 토론자로 나온 서울 여의도고교 상담교사 신상철씨(YMCA 성교육 전문위원)는 이 학교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이성교제가 금전 낭비(23.5%) ▲시간 낭비(21.6%) ▲심리적 갈등(19.6%) ▲성적 고민(13.7%) ▲성적 부진(11.1%)외에 외모신경·동성 우정손상·이중행동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성교제가 발전적 디딤돌이 되지 못할 경우 자기비하·의욕상실·성적저하·대화중단 뿐 아니라 약물복용·가출 등의 문제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로서 반대 론을 편 주부 김신자씨(50)는 공부를 잘하던 둘째 아들이 교회나 클럽활동을 통해 이성친구를 사귄 것이 원인이 돼 대학입시에 실패한 체험을 이야기해 참석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주부 송정희씨(45)는 부모의 반대에 반발해 숨기고 몰래 하는 이성교제는 더 큰 문제라며 부모에게 알리고 하는 이성교제는 허용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현실론 적 입장을 지닌 학부모들의 공감을 샀다.
이 모임을 주최한 이명용 소장은『설문조사결과 70%정도의 청소년들이 이성교제를 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보다는 부모·교사들은 이를 건전하게 지도하고 또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현실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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