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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자고 일하는 정열에 놀랐어요"-북경대회서 한국기자단·관광객 안내한 중국인·조선족 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경아시안게임기간 중 한국관광객과 기자단을 안내한 중국인·조선족들은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특히 남과 북이 합동응원의 한마당을 걸쳐 숱한 화제를 낳기도 한 이번 대회를 줄곧 지켜본 이들 「제3의 시각」은 우리의 오늘과 내일에 좋은 도움말을 줄 것 같다. <편집자주>
▲김정희=남한기자들을 처음으로 접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성격들이 너무 급한 것 같습니다. 일도 빨리 해치우고 식사도 급히 하고 모든 일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장민=일을 대할 때 열정적으로 힘을 다하는데 인상이 깊었습니다.
경쟁력이 강해 밤이 깊어도 잠자지 않고, 호기심으로라도 관광하고 싶을 텐데 뉴스를 추적하는데 감명을 받았어요. 그러나 그렇게 일하다보면 오래 살지 못할 겁니다(웃음) .
▲김송숙=저도 동감입니다. 식사도 놓치고 일하는 점을 보고 앞으로 우리도 사업 터에서 그렇게 일하면 발전이 빠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또 한가지 기자들이 자기집단을 위해 일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지금까지 자본주의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연락을 맡은 신문사 기자들을 보더라도 남북의 통일에 대해 적극적이고 힘과 마음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걸=중국인으로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남북한선수가 맞붙은 경기에서 응원단이 서로 연합해 합동응원을 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양쪽의 지휘자가 한데 어울려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합창하는 것을 보고 인상이 깊었습니다.
▲김정=한국관광객들을 안내하면서 한국이 매우 발전되고 부자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돈을 너무 헤프게 쓰고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돈으로 무슨 일이든 해결하려는 듯한 인상이었어요.
▲장=대부분의 남한기자들은 겸손하고 인정도 많고 교양이 있었어요. 그러나 개중에는 그렇지 못한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 모르고 욕을 하거나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10년 전 북한에 2년간 유학했고 2년전에도 교육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북쪽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의범절이 깍듯합니다. 경제적 수준이 남쪽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을 매우 강조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김송=저도 같은 경험을 했어요. 전반적으로 호감이 가고 「시끄러운」일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만 수양이 덜된 기자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도=저는 한국어를 전혀 몰라 영어안내를 맡았는데 의외로 영어를 잘못하는 기자들이 많은데 놀랐습니다. 이전까지 한국기자들은 모두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었습니다.
▲김정=조선족으로 남북한경기에서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한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북한선수가 은메달을 딴 레슬링경기였는데 시상대에서 내러오자마자 은메달을 딴 선수가 메달을 목에서 벗어 손에 들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퇴장해 유감이었어요.
▲김정=한국기자들이 중국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았어요. 중국과 한국의 정황이 달라 오해가 많았습니다. 중국의 생활에 대한 질문에 사실대로 답변해주면 반드시 「정말이냐」는 의문을 표시했어요. 아무리 사실이라고 설명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남한기자들은 의심이 많은 모양입니다(일동 웃음) .
▲장=저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중국의 현실을 설명해줄 때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중국을 너무 업신여기는 것 같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북한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있는 편이어서 북쪽의 장점을 얘기해주면 무조건 「그렇지 않다」며 남이 모든 면에서 북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송=저는 오히려 반대의 경험이 많습니다. 그동안 남과 북의 연계가 별로 없는 걸로 알고있는데 이번 대회기간 중 선수·기자들이나 일반관광객들의 접촉이 많은 것을 보고 조선족으로 기뻤습니다.
▲도=본업이 기자인 자로서는 이번 기회에 한국기자들과 토론의 장을 갖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저나 취재 나온 기자들 모두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긴 합니다만. 저 개인으로서는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한중 두 나라간 교류의 좋은 시간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한국에 돌아가시거든 앞으로 중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기사를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중국과 한국이 가깝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북경=특별취재단】

<참석자>
▲장민(36·여·중국인·북경대 조선어과 교수)
▲김송숙(34·여·조선족·북경시정부 조선어통역)
▲김정희(29·여·조선족·중국농업과학원 과기문헌연구소 연구원)
▲도걸(28·남·중국인·중국청년일보 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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