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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형 코미디'의 이상 비대 현상

중앙일보

입력

코미디는 크게 ‘개그형’과 ‘콩트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코미디는 개그형 코미디에 편중돼 있다.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MBC ‘개그야’ 등 지상파 3사의 메인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 개그형이다. 물론 ‘개콘’에는 ‘봉숭아학당’ ‘집으로’ 등 콩트형 코너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세는 개그형 코미디라며 헤럴드생생뉴스가 보도했다.

개그형 코미디는 호흡이 빠른 스탠드 업 형태로 비주얼도 자극적이어서 급변하는 트렌드와 문화코드를 잘 모르는 30대 이상 세대는 소외되기 쉽다.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토크형 개그’가 득세하는 경향도 있다. 개그형에서는 리마리오나 박보드레 등 캐릭터 위주의 성공 케이스가 더러 나오지만 생명이 짧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개그형 코미디 일변도 시스템에서는 개그맨 지망생들이 모두 개인기를 가지고 들어온다. 연기력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성대모사, 스타 흉내내기, 이상한 동작 등으로 웃긴다. 그러나 한두가지 개인기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뜨면 ‘튀어야(도망가야)’ 한다. 어디로? 오락프로 MC나 연기자로 간다. 90년대는 오락프로그램의 수요와 공급이 지금보다는 균형을 이뤄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등 재주있는 개그맨 출신들이 진행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 과잉 상태라 웬만한 실력 가지고는 ‘명함’을 내밀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개그형 코미디에 익숙해진 개그맨들은 현재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적응하는 일만도 쉽지않다. ‘안어벙’의 안상태와 ‘우격다짐’ 이정수처럼 개그형 코미디의 히트코너로 인기를 얻고 연기자의 길을 걷는 것도 만만치 않다.

‘개그형 코미디’코너에서 히트를 치면 이직을 해야 하는 ‘역설적 구조’를 타파하는 길은 개그의 스타일과 장르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콩트형 코미디’의 부활은 이를 실천하는 한가지 좋은 방안이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김석현PD가 콩트형 코미디인 ‘웃음충전쇼’를 연출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는 22일 2TV에서 오후 9시대에 첫방송을 시작하는 ‘웃음충전쇼’는 정통 콩트형 코미디로 기승전결의 내러티브(이야기) 구조를 강화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개그맨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

김 PD는 “방송 3사의 개그가 너무 획일화, 왜곡화 돼있다”면서 “무대위에서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개그가 코미디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극연기가 어울리는 개그맨과 토크가 어울리는 개그맨이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선 김준호 장동민 강유미 유세윤 등 연기력이 있는 개그맨들을 적극 활용하고 연기력을 갖춘 신인 개그맨을 대거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웃음충전쇼’의 또 다른 차별점은 비공개, 세트코미디라는 점이다. 공개 코미디쇼가 객석의 반응을 즉각 체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비공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야외촬영이 가능하고, 디테일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웃음충전쇼’가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소통에 성공하면 과거 ‘유머일번지’나 ‘웃으면 복이 와요’처럼 코미디의 장수화가 가능해진다. 김형곤, 최양락, 임하룡,김미화, 김한국 등이 그때 탄생한 스타 개그맨이다. 콩트형 개그맨들은 임하룡처럼 연기자 변신도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한편 지난 3월 폐지됐던 토크형 코미디 ‘폭소클럽’도 1TV에서 부활된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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