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모든 것] 5. 코로나19 백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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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와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와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중앙일보 코로나19 아카이브 ‘코로나19의 모든 것’

코로나19 팬데믹 정보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1년 9개월 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발자취를 담은 중앙일보만의 ‘백과사전’입니다. 코로나19 기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변화, 백신 접종 현황까지 우리가 어떻게 코로나에 대응해왔는지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방역을 둘러싼 논란과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변화까지 총 12개의 주제로 나눠 코로나19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더 궁금한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확인 후 빠르게 답변 드립니다.

1) 백신 개발과 승인 현황


○1호 백신

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이다. 2020년 8월 11일 러시아 정부는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을 공식 승인했다.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임상 1·2상 결과만으로 승인을 내주었기 때문에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선 3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21년 2월 세계적인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에 스푸트니크V의 예방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논문이 게재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으나 자료 보완 등의 이유로 현재까지 승인이 미뤄지고 있다. 다만 2021년 9월 초를 기준으로 전 세계 63개국에서 이 백신을 사용승인한 상태다. 러시아 측은 한국 제약회사 8곳이 구성한 컨소시엄과 이 백신의 국내 생산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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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의 등장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먼저 상용화가 시작된 건 화이자 백신으로 볼 수 있다. 이 백신은 지난해 1월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에 들어간 후 약 10개월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통상 10~15년 정도가 걸리는 백신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를 공동창업한 터키 이민자 2세 출신 독일인 부부(우구르 사힌, 외즐렘 튀레지)의 역할이 컸다. 2008년 회사를 차린 부부는 30년 이상 항암 면역치료법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곧장 500명 규모의 백신 개발팀을 구성했다. 기존에 쌓아온 mRNA 연구 성과를 백신에 빠르게 접목한 이들은 개발 착수 2개월 만에 백신 후보군 5개를 골라 면역반응을 점검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백신 개발과 별도로 임상시험과 백신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했던 바이오엔테크는 같은 해 3월 미국의 대형 제약사 화이자에 투자를 제안했다. 공동 개발에 착수한 두 회사는 같은 해 11월 9일 전 세계 제약사 중 가장 먼저 임상 시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은 95%에 달하는 예방 효과를 보이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모더나 사도 같은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하며 화이자의 뒤를 바짝 쫓았다. 특히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거절했던 화이자와 달리 신생 벤처 회사였던 모더나 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전 세계적 코로나19 유전체 서열 정보 공유의 덕을 톡톡히 봤다. 앞서 중국 과학자들은 2020년 1월 자국의 코로나19 환자들로부터 얻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공개했다. 해당 데이터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GenBank)에 등록되며 진단키트·치료제·백신 개발 등에 사용되고 있다. 모더나 사는 이때 공개된 염기 서열을 기반으로 항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염기 서열을 골라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임상 3상에서 94.1%에 달하는 예방효과를 보이며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mRNA 백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건 2020년 12월 2일(현지시간) 영국이 세계 최초로 화이자 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서다. 실제 접종은 같은 달 8일부터 의료진, 고령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같은 달 14일부터 화이자 백신의 접종에 들어갔으며 1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일에는 이스라엘이 각각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이후 모더나 백신도 세계 각국의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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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승인
백신 사용 승인은 개별 국가가 자체적으로 결정하지만, 의약품 승인 기구를 갖추지 못한 저개발 국가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에 의존하기 때문에 별도로 긴급사용 승인을 내리고 있다. WHO는 우선 2020년 12월 31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내렸다. 이후 ▶2021년 2월 16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3월 12일 미국 얀센 백신 ▶4월 30일 미국 모더나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5~6월에는 중국의 시노팜, 시노백 백신을 승인해 현재까지 총 6개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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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승인
유럽의약품청(EMA)은 WHO보다 한발 빨랐다. 2020년 12월 21일(현지시간) EMA는 화이자 백신에 대해 조건부 판매 허가를 승인했다. 조건부 허가는 코로나19와 같이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승인을 받으면 해당 의약품을 EU(유럽연합) 소속 27개국에서 1년간 판매할 수 있다. EMA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화이자를 비롯해 얀센, 모더나, AZ로 총 4개다. 중국의 시노팜, 시노백 백신은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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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승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내린 코로나19 백신은 총 3가지로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이다. 모두 자국에서 만들어진 백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국의 AZ 백신과 중국의 시노팜, 시노백 등은 FDA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 중 현재까지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화이자뿐이다. FDA는 2021년 8월 23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에 대해 만 16세 이상 사용을 정식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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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신, 어떻게 작동할까

○mRNA 백신
DNA의 유전정보를 핵 안에 담아 다른 세포로 전달하는 운반체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백신이다. 쉽게 말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긴 mRNA를 몸속에 투입해 미리 항체를 만들어두고 실제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이 항체가 바이러스와 싸우게 하는 방식이다. 통상 약화되거나 죽은 바이러스를 투입했던 기존 백신과 전혀 다른 방식의 제조법이라 현재 세계 각국이 기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제조 기간이 짧아 단기간 내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초저온 냉동의 콜드체인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mRNA 백신으로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있다. 모두 2회 접종해야 하며 화이자는 21일(3주), 모더나는 28일(4주) 간격이다. 예방효과는 화이자가 95%, 모더나가 94.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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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의 부작용
mRNA 백신 접종 후 드물지만, 심근염이나 심낭염 등의 심장질환이 보고되고 있다.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면서 두근거림, 가슴 통증, 부정맥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싼 얇은 막에 생긴 염증으로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접종 100만건당 발생률은 4.1건이며 주로 16세 이상의 남성 청소년이나 젊은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1차보다 2차 접종 후 더 많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 후 수일 이내에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와 휴식 후 빠르게 호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미 FDA와 EMA는 이를 주요 부작용으로 보고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6월 25일 보건의료 전문가 및 백신 접종 대상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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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벡터 백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 주형에 넣은 뒤 몸속에 투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AZ와 얀센 백신의 경우 복제가 불가능하고 병원성이 없는 아데노바이러스(감기 유발)를 이용했다. 얀센은 사람 아데노바이러스를, AZ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쓴다. mRNA 백신과 달리 콜드체인이 필요하지 않아 보관ㆍ유통이 용이하다. AZ는 8~12주 간격으로 2회, 얀센은 1회 접종만 해도 된다. AZ는 70.4%(12주 간격일 때 82.4%), 얀센은 66%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부작용
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사용한 AZ와 얀센의 경우 접종 후 드물지만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희귀혈전증(TTS) 사례가 나오고 있다. 백신을 맞은 뒤 4~28일 사이에 뇌정맥동과 내장정맥에서 TTS가 발생하며 주로 50세 이하에게서 나타난다고 보고됐다. 나라별 통계를 보면 인구 100만명당 ▶영국 9.5건 ▶유럽 10건 ▶한국 0.3건 수준이다. 지난 4월 EMA는 TTS를 두 백신의 희귀 부작용으로 분류했다. 미 FDA의 경우 자국 내 승인이 된 얀센 백신에 대해 TTS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60세 이상에게만 AZ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나이 제한을 두었다.

한국 정부는 부작용 우려가 있는 30세 미만을 제외하고 접종을 이어가다가 7월 들어 50세 이상만 AZ 백신을 접종받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기존 AZ 1차 접종자 중 50세 미만은 2차 접종 때 화이자로 교차접종을 받게 됐다. 8월에는 잔여백신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30~40대도 AZ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21년 3월 18일(현지시간) 기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한 유럽국가.

2021년 3월 18일(현지시간) 기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한 유럽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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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재조합 백신
백신 제조사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표면항원 단백질은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특정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 생성을 유도해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재조합 항원 단백질만으로는 면역반응이 낮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면역증강제가 첨가된다. B형간염이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등에 사용된 전통적인 백신 제조 방법이다. 안전성이 높고 유통기한이 2~3년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미국의 노바백스사와 한국의 SK바이오사이언스사가 이 제조법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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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백신
중국의 시노팜, 시노백 백신은 사멸화한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불활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A형 간염, 소아마비, 일본뇌염 백신 등에 사용된 전통적인 백신 플랫폼이다. 제조방법이 단순하며 중화항체 생성 유도가 잘 되지만 감염성 병원체를 안전하게 다루는 데 필요한 특수 시설이 필요하다. WHO는 지난 5월과 6월 중국의 시노팜, 시노백 백신의 긴급사용을 각각 승인했다. 다만 현재 중국 백신을 주로 사용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효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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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은 2020년 8월 세계 최초로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이다. AZ나 얀센과 같이 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사용했다. 기존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2021년 2월 3상 임상 결과가 세계적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약 2만여명의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3상 결과 효능이 91.6%로 나타났다.

○한국의 백신 개발
국내에서도 자체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가장 선두에 있는 건 SK바이오사이언스다. 노바백스와 같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백신을 개발 중인 SK바사는 2021년 8월 10일 처음으로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이를 포함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목적으로 임상 중인 의약품은 총 1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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