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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여대생 취업 더욱 "좁은 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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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 가을 여대생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20일「남녀고용평등법 정착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이화여대(27일)·숙명여대(28일)·연세대(10월말)등 각 대학들도 잇따라 취업특강을 열 계획이어서 「바늘구멍 뚫기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문교부에 따르면 91년 2월 졸업예정자인 4년 제 여대생은 6만8천5백43명(야간 포함). 여기에 진학(유학 포함)·결혼할 사람을 빼고 최근 5년간 누적된 취업희망 졸업생을 합하면 구직을 희망하는 여대생들은 10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취업시장은 2만6천여 명 정도에 불과해 약5대1의 좁은 문이 될 것으로 김농주씨(연세대 취업담당관)는 내다보고 있다.
각 대학 취업담당자들이 한결같이 올 하반기 여대생들의 취업을 우려하고 있는 까닭은 대기업들의 여성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화여대 직업보도 실 표경희 실장은『대우그룹은 그동안 여대생공채에서 전공제한 없이 응시할 수 있게 개방해 왔으나 올해는 영어·불어·전산으로 전공을 제한, 고작7명의 추천의뢰만 왔을 정도로 줄어든 상태』라며『전반적으로 남자들의 취업이 어려워진 상태인지라 국내기업으로의 여대생 진출전망은 극히 어둡다』고 내다봤다.
숙명여대학생처 이병영 취업복지계장도『노동운동의 여파로 기업체 임금이 약3분의 1정도가 상승해 상대적으로 채용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올해 대기업의 여성인력채용은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위축된 취업시장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외국기업과 언론사정도. 외국기업의 경우 91년 도부터 자본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증권·보험·일반금융 및 리스회사의 여성인력고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점치고 있다. 광고업계는 수입품에 대한 시장개방으로 영업이 활발해져 외국광고회사로의 진출까지 쉬워짐에 따라 취업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편 외국항공사·외국기업과 합작형태를 취하고 있는 제약회사에 대한 취업도 비교적 쉬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언론사의 경우 증 면 경쟁과 함께 앞으로 조석간 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원확충이 필수불가결이며, 새로 설립되는 민간방송·케이블TV·잡지사들의 인력수요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유통업체·호텔업계 등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라든가, 근래 들어 여성 직종 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교직에서의 여대생 진출도 영어·국어·수학 등 주요과목을 중심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제실시와 함께 채용이 증가될 지방공무원도 노려 볼만하다.
직종별로는 디자인계통이나 전산 직이 가장 취업전망이 밝은 편. 특히 사무자동화에 따른 전산 직은 전산전공자뿐 아니라 관련학과인 수학·물리학전공 여대생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 개인적으로 전산학원에 다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 놓았을 경우 취업은 한결 쉬울 것으로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외국회사나 합작회사의 경우 대부분 전문비서 역으로 특히 외국어실력이 중시된다.
표실장은 『여대생의경우 중소기업에서의 인력요청이 많이 오지만 학생들은 장래성·안정성을 중시해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인력수급이 어렵다』며『무턱대고「제일 좋은 곳」만 찾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택할 것』을 권유했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주최로 열린 남녀고용평등법 정착토론회에서 이상수 의원(평민당)은 여성의 모집과 채용에서의 차별개선대책으로 △여성고용채용 의무화 비율을 정하고 국가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 △면접시험에서의 점수공개를 의무화할 것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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