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깊이 있는 글을 쓰라구요?

중앙일보

입력

합격하는 논술은 뭐가 다를까. 차분하고 논리적인 전개, 정확하고 적절한 표현은 좋은 논술의 기본이다. 논제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과 깊이 있는 내용은 합격하는 논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거기에 참신한 내용과 신선한 발상이 더해진다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논술이 된다.

그러나 채점자의 입장에서라면 한 편의 논술문에서 주목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결국 내용일 수밖에 없다. 글이란 결국 어떠한 메시지의 전달이기 때문이다. 맞춤법이 몇 군데 틀렸다고 해도 내용만 좋다면 그 글은 감동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포장이 좋아도 내용이 부실하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깊이 있는 논술은 어떻게 가능해질까. 책도 많이 읽었고, 배경지식도 충분히 쌓았는데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보자. 깊이 있는 글은 결국 깊이 있는 문장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려 깊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모여 생각을 쌓는다.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풀되, 좋아하는 친구에게 설명하듯 차근차근 친절하게 말하는 것이 사려 깊은 문장을 만드는 핵심이다.

예를 들어"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는~"이라고 말하고 글은 불친절하다. 하지만 "개별 국가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라고 말하는 글은 친절하다.

친절한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글 쓰는 이가 갈고 닦아 온 내공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논술문에서 가장 흔히 쓰는 용어 중 하나인'세계화'라는 말조차 직접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것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자기가 말하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성실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채점자에겐 그 차이가 당락을 결정짓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말이 나온 김에 세계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앞에서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세계화를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시켜 설명하면 그것은"전지구적인 자본의 시장화"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등에 대해 국가 사이에 존재했던 인위적인 장벽이 제거되고 세계가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는 현상은 분명 세계화의 중요한 한 측면이다. 세계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낡고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끊임없이 새롭고 효율적인 것들로 바꿔나가는 순환과정이다. 또한 경쟁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화의 비판론자들에게 세계화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빈곤을 확대하는 괴물로 여겨진다. 힘과 경쟁의 논리 속에서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고통받으며, 그 과정 속에서 소득의 분배구조는 오히려 악화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여전히 산업의 토대가 허약한 개발도상국가들이나 경쟁력이 미비한 후진국의 경우 선진국에 대한 대외의존도는 더욱 심화하고 최악이 경우 경제적 종속의 위험성마저 보이게 된다고 비판론자들은 말한다.

간단한 예로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훌륭한 인테리어로 장식한 스타벅스 커피와 겉은 초라하지만 값이 저렴하고 친절한 다방이 같은 곳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가는 당신은 커피 맛이 비슷하다면 둘 중 어디로 갈 것인가. 게다가 냉정하게 말하면, 대량생산·대규모 마케팅·대자본으로 무장한 스타벅스 커피점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다방에 비해 뒤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규모가 작은 커피점의 경우 가격을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대형할인매장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재래시장들처럼 친절한 다방 주인은 결국 가게를 닫고 스타벅스 직원으로 취직하게 되지는 않을까.

물론 세계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이슈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나 사회 양극화 현상, 신자유주의와 같은 것들은 모두 세계화와 연결될 수 있는 현실 속의 중요한 문제들이다. 언제든 출제 가능한 예상문제들이다. 게다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세계화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비판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승자가 독식하는 야만적이고 이기적인 세계화가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감과 약자에 대한 배려까지도 함께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평소 고민하고, 의심해보길 권한다. 무엇보다 깊이 있는 논술을 위해선 자기만의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중요한 키워드와 개념에 대해선 평소 미리 정리해놓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새로운 용어와 이슈들을 접할 때마다 그것들을 정리해 단어장처럼 만들어보자. 자기만의 논술 용어사전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개념에 대한 분명하고 정확한 정의가 곧 깊이 있는 논술을 만들어 준다.

또박또박국어논술학원 고등부 대표강사

◆기출문제
-서강대 2007학년도 수시 1 예시문제
-서강대 2006학년도 수시 2 예시문제
-한국외대 2006학년도 수시 2
-경희대 2004학년도 수시 1
-서울대 2004학년도 정시 구술면접
-성균관대 2003학년도 정시
-한국외대 2002년도 정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