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금융스릴러로 장르문학의 새 장을 연 '종이의 음모' 국내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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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에드거상 후보에는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와 주제를 가진 소설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18세기 초 영국의 귀족과 서민을 울렸던 최초의 증권 투기 사건인 남해회사 거품을 그린 《종이의 음모》가 그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18세기 런던 금융계의 보이지 않는 음모와 폭력, 그리고 주식 사기 등의 신선한 소재와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에 사로잡힌 대중의 집단적 광기와 그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결국, 《종이의 음모》는 ‘역사 금융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2000년 에드거상 최고 소설상을 수상했고, 작가 데이비드 리스는 데뷔작으로 단번에 에드거상을 거머쥐고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18세기의 범죄자, 검거되지 않고 21세기에도 출몰!
귀족들의 의뢰를 받아 채무자와 범죄자 추적을 하면서 18세기 런던의 뒷골목을 누비는 벤자민 위버는 부유한 증권 매매업자의 아들이면서도 가족과 등을 지고 살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달리는 마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삼촌 미구엘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위버는 그의 말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의 미련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의문의 사건들이 줄을 잇자, 위버는 고민 끝에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로 결심한다.

그때부터 위버는 커피하우스와 도박장, 매음굴 그리고 귀족들의 응접실을 오가며 속임수가 난무하는 영국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범인을 쫓는 치열한 여정을 걷는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는 자신이 쫓는 범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것이 내가 자네한테 경고했던 사악한 짓일세. 우리가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종이돈에, 채권에, 주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종이야. 종이 위에서 범죄가 저질러지고 종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피해자뿐이야.

금과 은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가고 주식 거래, 국채, 복권 등 생소한 금융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 18세기 초, 당시 금융 기관들은 금화와 은화의 자리를 가치에 대한 약속을 적은 종이 조각이 대신하게 만들었다. 《종이의 음모》에서 의미하는 종이는 바로 이런 종이돈, 채권, 주식, 복권 등 ‘가치를 약속’하는 종이들이다. 이 종이들은 종이 자체로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일단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약속이 정해지면 그 가치만큼 힘이 세어진다.

만약 누군가 혹은 어떤 기관이 이 가치에 대한 약속을 자기들 마음대로 통제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그 또는 그들은 나라 전체의 부를 마음대로 통제하게 될 것이고, 어떤 권력자보다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18세기 초, 이러한 종이의 힘을 먼저 알고 그 힘을 이용하고자 했던 모든 사람들은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범이 되었고, 이들의 음모를 방해하는 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종이의 음모》에서 주인공 벤자민 위버가 쫓는 그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은 21세기에도 계속해서 출몰하고 있다. 돈이 행동을 야기하고, 돈이 힘을 부여하고, 돈이 음모와 살인을 저지르는 혼란한 18세기와 현 21세기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리스만은 아니리라.

◇지은이 데이비드 리스는?
데이비드 리스는 데뷔작 《종이의 음모》로 단번에 에드거 상 최고 소설 상을 수상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작가다. 그는 《종이의 음모》 이후에도 17세기 네덜란드의 무역과 선물 중개 시장을 그린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18세기 영국의 정치상을 보여주는 《A Spectacle of Corruption》 등의 팩션 대작을 집필했다. 국내에서는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이 먼저 번역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컬럼비아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아 주립 대학과 시라큐스 대학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홈페이지는 www.davidliss.com이다.

▶저자 : 데이비드 리스
▶가격 : 1, 2권 각권 8,800원
▶출판사 : 대교 베텔스만
▶문의 : 840-1621-3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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