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진로 북경서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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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문한식점 잇따라 열고 고객유치 열올려/북경정국 안정ㆍ아시안게임으로 호황 기대
OB맥주와 진로소주의 두산그룹과 진로그룹이 북경에서 음식점으로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북경두산주가와 회진진로주가의 간판을 내건 이들은 모두 한식전문집.
두산은 지난 88년 10월 북경시 중심 천안문옆 북경호텔 뒤편의 화룡가에 문을 열었다.
진로는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촌지구내 북진가에 한식전문집을 마련,지난 1일 오픈했다.
이들은 한식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주방장을 호텔신라ㆍ플라자호텔에서 스카우트,고객 끌기에 여념이 없다.
두산이 시내중심가에 자리잡고 있어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못한데 비해 새로 조성된 신시가지에 자리한 진로는 한꺼번에 2백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진로는 그러나 아직은 변두리라는 지리적 약점과 지명도에 있어 두산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종업원의 복장을 전통궁중식의 한복차림으로 하고 웬만한 손님이면 일단 『안녕하세요』『어서오세요』라는 한국어로 대한다.
46명의 종업원중 9명이 서울에서 건너왔으며 가곡ㆍ국악ㆍ가요 등 귀에 익은 음악으로 손님을 대하고 있다.
이 식당의 신광섭 총지배인(38)은 『고개가 잘 숙여지지 않는 중국인 종업원들의 교육을 위해 하루 2시간씩 1개월간 집중훈련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진로는 그러나 자사의 심벌마크인 진로소주를 내놓지 못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당국이 소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산은 자사제품인 OB맥주를 메뉴에 올려 놓고 있다. 소주와는 달리 맥주는 수입이 허용된다.
두산은 1백50명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데 21명의 종업원중 주방의 2명을 포함,모두 7명의 조선족을 채용,진로에 비해 한국관광객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있는 편이다.
두산음식점은 북경주재 한국상사원들의 주요 모임장소가 될 정도로 이미 터를 굳혔다.
그러나 두산도 문을 연지 7개월여만에 터진 6ㆍ4 천안문사태이후 대부분의 북경주재 상사원들이 북경을 떠나고 한국으로부터의 관광객 발길이 끊기다시피해 올봄까지도 개점휴업상태였다는 것이 장윤조 총지배인의 설명이다.
지난 3,4월 이후 북경사정이 호전되면서 다시 북경과 백두산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이 늘어나 두산은 자리얻기가 힘들만큼 손님들로 만원이다.
한편 이들 두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월평균 3백(4만5천원)∼3백20원(4만8천원)의 급여에다가 의복비ㆍ미용비 등 보조금까지 합칠 경우 5백∼6백원을 받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의 2.5∼3배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 두식당은 그러나 야간영업시간을 연장하지 못하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밤10시가 되면 시내 노선버스가 끊겨 종업원들이 귀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은 주로 찾는 된장ㆍ김치찌개가 두산이 20원(3천원)내외,진로는 반찬 포함,25원선(3천7백50원).<북경=이춘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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