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표준화대상] "표준 경쟁선 오직 1등만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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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표준 경쟁은 1등이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표준을 장악하거나 주도 그룹에 속하도록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탑산업훈장을 받는 김철진(53.사진) 삼성전자 전무는 국제 표준을 향한 기업 간 힘겨루기는 전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VCR에서 1970년대 중반 소니가 만든 베타맥스 방식이 마쓰시타의 VHS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했지만 표준화 경쟁에서 패배해 80년대 이후 뒤안길로 밀려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 전무는 삼성의 동영상 압축기술(MPEG), 와이브로 기술 등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국제 표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91년부터 표준 업무를 담당해 왔다. 벌써 26년째다. 그는 "면접 시험에서 입사 동기를 묻기에 '삼성은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는데 지금 보면 잘 말한 것 같다"며 웃었다. 삼성전자는 HD방송이나 DVD에 쓰이는 영상압축기술인 MPEG2 개발에 미국 AT&T, 일본 후지쓰 등과 함께 참여해 올 상반기까지 1300억원의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에도 MPEG 4, DMB, 와이브로 등이 잇따라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성과가 있기까지 그의 역할이 컸다. 김 전무는 "관련 제품 상용화 우위 확보 등 표준 선점으로 얻는 간접효과는 직접적인 로열티 수입보다 훨씬 크다"며 "표준은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디지털연구소 32층에 자리잡은 김 전무 사무실에선 삼성전자 사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는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면 경치를 볼 시간도 없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도 매달 한두 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라 업계 동향을 점검하느라 바쁘단다.

훈장을 받은 데 대해 "동료들이 힘을 합쳐 올린 성과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공을 돌렸다. 연구부서.기획부문.생산부문 등 모든 조직의 역량을 모아 전장에 나간 덕에 표준을 선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DMB.와이브로에서 보듯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간 통합 논의가 잘 매듭지어져 IPTV 등 방송통신 융합 분야의 국제 표준화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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