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선수들 "캐디는 남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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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보, 오른쪽 브레이크가 맞아?"

LPGA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린 마우나오션 골프장에 남편을 캐디로 둔 선수들이 여럿 눈에 띈다. 외국 선수 30명 중 파트리샤 무니에 르부와 카린 이셰르(이상 프랑스), 헤더 영(미국), 니콜 카스트렐레아(콜롬비아) 등의 캐디는 남편이다. 카렌 스터플스(영국)의 캐디는 약혼자다.

남편이 캐디로 전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캐디와 마음이 맞아 결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터플스처럼 이혼하고 캐디와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정일미(기가골프)는 "한 타 한 타에 스트레스를 받는 선수에겐 멀리 있는 남편보다 가까이에서 따뜻한 말을 해주는 캐디에게 더 정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LPGA 투어 직원인 데이너 그로스-로드(여)는 "함께 완벽한 하모니를 맞추는 장점도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보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이 잘 맞지 않으면 선수가 캐디에게 화를 내는 것은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캐디와 선수로 만나 부부가 된 뒤에는 남편이 캐디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일은 일이고 사랑은 사랑이라는 생각도 한다. 한희원(휠라코리아)의 캐디는 배스 바우어(미국)와 오랫동안 사귀었지만 바우어의 가방은 메지 않았다.

한국 선수에게 캐디 남편은 어림도 없다. 이지영(하이마트)은 "큰 일 날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이선화(CJ)의 아버지 이승열씨는 "외국인 캐디들은 실력이 뛰어난 한국선수와 함께 일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좋아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한국 부모들은 젊은 캐디보다 30대 후반 이상의 노련한 캐디를 고용한다"고 말했다.

경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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