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충격우려 골격고수/소리만 요란했던 「개혁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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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 “경쟁부활”지시에도 소폭 손질만/하향 평준ㆍ8학군병 못고쳐
11일 문교부가 마련한 고교 평준화제도 개선안은 74년부터 17년동안 시행해온 평준화제도가 안고 있는 경쟁성 약화,성적의 하향평준화,학생의 교육선택 결여등의 문제점을 다소 보완하는 데 그쳤다.
평준화로 적합한 학습경험을 제공받지 못하는 학습부진아들의 학습흥미 저하와 열등의식 심화,사립고교의 건학이념 구현상실과 재정난등의 단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주례방송과 올 2월 연두업무보고 자리에서 고교평준화 제도의 폐해를 지적,경쟁입시 부활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종전과는 달리 문교부가 획기적인 개혁을 피한점은 현명한 판단이라는 교육계의 평이다.
문교부는 이에 대해 평준화제도가 대도시에서는 이제 정착단계에 있는데다 현재 우리의 사회적ㆍ교육적 제반 여건이 고교평준화의 골격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제도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문교부는 서울시교위가 학부모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아파트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8학군병」을 치유키 위해 마련한 단일학군ㆍ광역학군ㆍ혼합학군 등 3개 개선안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현행 9개학군제를 계속 시행키로 했다.
3개안에 대한 여론조사ㆍ모의배정ㆍ공청회개최등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현행 제도보다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2∼3배나 연장되고 극단적인 통학불편자가 발생하며 5지망까지 받아도 학교배정이 되지않는 학생이 서울시내 중3의 20%인 약 2만명에 이르는 등 많은 문제점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군산ㆍ목포ㆍ안동이 해제된 데 이어 올해 춘천 등 4개 도시가 적용해제를 결정하게 되면 평준화제도 적용지역은 89학년도까지 21개시에서 14개 도시가 됐다.
문교부는 앞으로 14개시중 평준화적용 의미가 적은 도시는 평준화적용 여부를 교육감에게 일임해 지역실정과 여론을 들어 해제를 건의해오면 허용할 방침이어서 해제지역은 늘어날 전망이다.
문교부가 지난 5월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평준화지역의 중3 학부모와 중ㆍ고교사를 대상으로 「고교평준화제도와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대상자 7천9백44명)의 경우 현행제도의 찬성이 전체의 57.2%인 4천5백42명으로 가장 많았고 평준화 골격을 유지한 문제점 보완 16.4%,학교별 경쟁시험 부활 13.8%,무응답 12.6% 순으로 나타났다.
교사(5천9명)는 현제도 찬성 43.2%(2천1백62명),학교별 경쟁시험부활 24.3%,골격유지ㆍ문제점 보완 19.8%,무응답 12.7%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는 전체응답자의 73.4%,교사는 63%가 각각 현행 평준화제도의 찬성 내지 부분적인 문제점 보완을 원하는 것으로 현행 제도의 커다란 변화를 바라고 있지 않는 의견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춘천의 해제는 도청소재지이지만 인구증가율이 낮은 인구 18만명이고 인문계고교 수가 7개교에 지나지 않으며 학부모의 평준화 지지도(53.6%)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비슷한 여건의 진주를 그대로 둔 것은 인구 25만명이지만 입시경쟁률이 적용지역중 가장 높고 학부모의 평준화 지지도 (64.3%)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해제지역의 학교수는 원주 5개,천안 5개,이리 6개교다.
문교부는 학생의 학교선택 폭을 넓히고 우수학생의 학습에서의 성취감이나 도전감을 충족시킬 영재교육을 강화하는 한편,특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적절하고도 수준높은 교육기회를 주기 위해 과학계와 예ㆍ체능계를 많이 신설할 방침이다. 지금의 과학고는 물리ㆍ화학ㆍ생물ㆍ지구과학 등 4개학과만 있지만 이를 수학과목까지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각종학교 형태만 있는 외국어 학교를 정식교육과정으로 채택,92년부터 외국어학교 신설을 인가해주며 신입생 전형방법과 절차는 현행 과학고,예ㆍ체능 고교와 마찬가지로 특례를 인정키로 했다.
또 사립형태로 운영되는 과학계와 예ㆍ체능계,외국어 고교는 신입생부터 공납금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문교부는 이같은 영재학교를 사립이 설립ㆍ운영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열반 편성을 둘러싸고 빚어질 학부모와 학생,학교사이의 논란과 갈등을 우려,문교부는 『결국 학급단위의 우열반 편성의 양성화는 아니며 수학ㆍ영어등 특정과목에 대한 능력별 이동 수업일 뿐』이라며 『앞으로 각급학교의 교장 재량으로 실시토록 권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기초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민학교와 중학교에서부터 표준학력을 평가,기본적으로 저능학생은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해 담임이 개별지도해주며 결석학생은 보충수업을 받게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학교와 교사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사사제는 영재들이 초기에 특별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칫 과외수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없지 않아 재원마련과 함께 시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의 이번 개선안은 평준화제도가 학력저하로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통합과 평등이 절실한 시점에서 기본골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여건을 많이 고려한 고육지계라 하겠다.<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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