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소리」없애지 말자/소 노보스티통신 이색적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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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VOAㆍ자유유럽라디오등 대공방송/미 의회 중단주장에 “다른역할 맡기자”
미국과 유럽의 대외 선전도구로 알려져온 미공보처(USIA)와 미국의 소리방송(VOA) 및 서구의 자유유럽라디오방송(LFR) 등은 냉전 종식이라는 세계적 흐름의 변화에도 불구,이를 폐지하거나 무력화시키기 보다는 소련의 상대기구들과 협력,세계정보교류 프로그램을 창설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소 노보스티통신이 29일 주장했다. 소련 작가동맹에서 운영하는 노보스티통신은 USIA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기구로 27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대통령실 기관언론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다음은 이 통신이 중앙일보에 보내온 예두아르드 바스카코프기자의 기사 전문이다.〈편집자주〉
서방세계의 대외 심리ㆍ홍보전 기구들로는 미공보처(USIA),미국의 소리방송(VOA),자유유럽라디오방송(LFR) 등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 사고가 「적국 이미지」를 불식하고 소련과 동구의 놀라운 변화가 전개되면서 이들 대외선전기구들의 냉전사고에 의한 제반원칙ㆍ내용ㆍ형식들은 자체존립 타당성에 대한 의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련도 분명히 심리전을 해왔지만 이제 심리전은 그 의미를 잃고 있다.
미국 워싱턴도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최근 미언론들은 미공보처장 브루스 겔브가 현재의 VOA방송 프로그램을 1주일에 하루 정도 방송을 중단하고 심지어 예산삭감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받았었다고 보도했다.
자유유럽라디오방송 역시 계속 존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USIA와 VOA라는 「두마리 말」은 그들의 존속 이유가 됐던 냉전이 끝남에 따라 「병든 말」이 되고 말았다』는 한 미의원의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미의회의 한 특별청문회는 좀더 강경한 주장을 폈었다.
이 청문회는 USIA의 기능을 민간기구에 이양함으로써 역할의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미의회에서 이같은 제안이 나왔더라면 모스크바는 박수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이제는 정보분야에서 좀더 대국적으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소련 노보스티통신과 미국의 USIA,소련 국영TVㆍ라디오인 고스텔라디오와 미국의 VOA,그리고 소련 언론인들과 미국 언론인들간의 상호 호혜적 접촉이 이제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지난 87년 9월17일 당기관지 프라우다를 통해 이렇게 제안했다.
『유엔주관하에 세계정보교환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른나라 국민들에 대해 친숙해지고 어떤 이들(왜곡을 일삼는 사람들)이 전하는 것과는 다른 삶을 있는 그대로 전하도록 하자.』
이같은 인도적 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병든 말」들은 조금만 치료하면 회복될 것이다.
USIA는 과거의 힘들었던 역사적 경험으로 현명함을 갖추게 됐으며 냉전이라는 찬바람도 점차 극복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는 USIA는 다른 나라 상대역들과 협력,세계정보교류 프로그램을 창설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USIA 등에서 예산을 줄이기 보다는 차라리 군비예산을 감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다.〈노보스티=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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