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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제 공세에 강경해진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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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의 대선 자금 특검제 도입론에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이 27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에서다.

"수사를 공정하게 열심히 하는데 특검 이야기를 하니… (이를 듣고) 마음이 편하다면 사람이 아니다." 최병렬 대표의 특검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번 수사를 놓고 정치권의 소리에 지난 24일 "총장은 외압을 막으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뒤 두번째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SK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2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는 "(특검 여부를) 국민의 대표기관이 진정한 민의에 따라 결정한다면 승복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검찰의 입장은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앞만 보고 수사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의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宋총장뿐 아니라 대검 중수부 수사진의 태도도 아주 강경해졌다. 안대희 중수부장과 문효남 수사기획관 등 대검 간부들도 일제히 다짐이라도 하듯 "특검 논의에 신경쓰지 않고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 SK에서 받은 (불법 대선 자금) 10억원에 대해서도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용처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돈을 받은 행위만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가 성립되지만 이것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따라 적용 혐의와 죄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11억원의 사용처를 남김 없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정치자금을 모두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 이날 김경재 의원 등 민주당 사람들이 대선 자금과 관련해 또 다른 폭로를 했다. 검찰이 전말을 밝혀내 위법 여부를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추가된 것이다.

일단 검찰은 이날 오후 출두해 밤샘 조사를 받은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게서 직접 SK 비자금을 날랐고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에게도 보고했다는 실토를 받아냈다. 李씨는 이날 오후 2시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과 정인봉 전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 7~8명을 우르르 몰고 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李씨는 사진기자들이 촬영하기 위해 정렬한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곧바로 대검 청사 안으로 향했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동행한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스크럼을 짜고 기자들을 몸으로 밀어내며 길을 만들고 李씨를 통과시켜 눈총을 받았다.

강주안.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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