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준비」 정부­전민련 마찰/전민련 「감시경호」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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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안전상 불가피/기자출입문제도 입씨름
26일 오후 서울서 열리게 된 범민족대회 제2차 예비회담은 48년 김구선생등이 북한의 「대연석회의」에 참가했던 이후 42년만에 처음으로 갖게 되는 민간급의 남북대화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몇차례 있었던 정부주도의 대표회담이나 고향방문단의 상호방문과는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우리측 대표들의 경우 대부분 쟁쟁한 반정부인사에다 재야명망가들인데 비해 북한측 전금철대표는 남북 적십자회담 북측대변인,남북 조절위간사,남북 국회회담예비접촉단장등을 거친 다양한 경력의 「대남 대화창구의 선수」이고 나머지 참가대표들도 이념과 사상등으로 훈련ㆍ무장돼 순수 민간급으로 보기 어렵지만 양측이 만났다는 사실자체가 앞으로의 통일논의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비회담은 회담의 성사자체가 불과 1주일도 안되는 사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준비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민간단체,그것도 반정부단체인 전민련이 남한에서의 전체행사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북에서 방문단이 내려올 경우 정부가 행사일정 전부를 주도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와관련,현재 정부와 전민련이 가장 크게 마찰을 빚고 있는 부분이 바로 북측대표단의 숙소와 회의장 등 경비와 관련된 장소 문제다.
전민련은 대통령특별발표뒤 후속조치로 재야의 범민족대회 허용문제가 논의되자 24일 김희선 서울민협의장이 아카데미하우스측에 방 5개(온돌 2ㆍ침대 3)를 예약했다.
한편 정부측은 25일 오후 전민련에 북한대표들에 대한 대접과 남한측의 체면,경호상의 문제등을 들어 북측대표들의 숙소를 강남 인터콘티넨틀 호텔로 옮길 것을 요구,26일 오전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결과 남한당국이 정하는 인터콘티넨틀호텔로 일단 결정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정부는 북측 대표단의 신변상 안전과 경호를 위해 인터콘티넨틀호텔 27층부터 32층까지를 모두 비워놓았고 그중 30층에 북측대표단을 묵게 준비했다.
정부관계자는 『북측대표의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하는 각서까지 주는 마당에 전민련이 완전경호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아카데미하우스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전민련은 『민간차원의 행사를 정부의 감독과 감시하에 두려는 것』이라며 회담자체에 손상이 가더라도 이미 결정한 사항을 바꿀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아 진통을 겪었다.
북측대표단에 대한 경호방법과 형태로 과거 정부주도의 행사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민련은 차량이동간의 경찰에스코트나 엄격한 의미에서의 경호를 제외하곤 경찰이나 보안관련부처로부터 간섭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취재단 문제도 한때 정부와 전민련사이의 의견차가 심했다.
전민련은 혼잡을 피하기 위해 1개 언론사에 최재기자 2명ㆍ사진기자 1명등 3명에게 비표를 나눠줬지만 대학신문사기자들에게도 비표를 지급하는등 당초부터 완전자유취재를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자단중 36명에게만 비표를 지급해 회담장주변 취재를 하게하고 회담장에는 2∼3명의 풀기자만을 출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협의끝에 전민련 안대로 결말이 났다.
짧은 준비기간과 민간단체가 갖는 금전적ㆍ인원면에서의 한계때문에 이번 예비회담이 어느정도 혼란속에서 진행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남북한 양측이 서로의 치부까지도 솔직히 보여주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번 회담은 많은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남북 대화형식의 개발이라는 중요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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