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페스티벌」로 연극계 활기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신인 연기자·연출가·극작가의 등용문인 동시에 젊은 연극인들의 한바탕 잔치가 될「단막극 페스티벌」이 생긴다.
30대의 젊은 연출가와 40, 50대의 중견연출가 모임인 연출가그룹(회장 윤호진)은 최근 전체모임을 갖고 매년 가을에 열리는 서울연극제와 함께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봄철 축제로「신춘단막극 페스티벌」(가칭)을 내년부터 개최키로 했다.
연출가 그룹은 이같은 결정에 따라 페스티벌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만들기 위한 실무소위원회를 구성, 8월 안으로 모든 세부계획을 완료키로 했다. 실무 소위는 윤호진 회장과 하태진 총무 외에 정진수(극단 민중)·손진책(극단 미추)·김도훈(극단 뿌리)등 중견 연출가, 문석봉·김아라 등 신예 연출가, 박계배 샘터극장 장 등 실무 기획 자로 구성됐다.
「신춘단막극 페스티벌」은 기존의 연극계 최대행사인 서울연극제와 형식·내용 면에서 크게 대조적인 행사로 기존의 연극제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통해 연극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 연극제에서 공연시간 평균 90분 가량의 장막극이 공연되는 것과 달리 15∼20분 가량의 단막극이 공연된다는 점.
단막극은 어느 정도 형식이 완결된 형태인 90분 이상 공연작품과 달리 짧은 시간에 상당히 실험적이며 다양한 형식을 시도할 수 있고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페스티벌에 참가할 작품으로는 매년 봄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희곡부문당선작과 기성 극작가의 미 발표작 등 이 해당되며, 주최측은「축제」라는 페스티벌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중 단막극부문 우수 작 등 외국극단 초청공연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페스티벌에선 또 참가극단끼리 상을 놓고 경연을 벌이는 서울연극제의 진행방식을 지양, 여러 작품이 일정 축제기간 중 3∼4개 극장에서 동시다발로 공연하게 함으로써 참가연극인과 관객 모두의 흥을 돋우게 할 예정이다.
연극계 입장에서 페스티벌의 가장 큰 의미는 행사 자체가「연극인 견본시장」이 됨으로써 연극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리라는 점이다.
즉 실험적이고 다양한 단막극 공연에 새로운 신예연기자·연출가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연극인기량 전시장」이 될 것이며, 기성극단 대표·연출가들은 이들의 공연을 비교해 보면서 각 연기자·연출가의 재능을 파악하고 스카우트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신춘문예당선 극작가 등 신인작가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짐으로써 작가는 스스로의 작품을 실제연기를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연극계로서도 새로운 작가발굴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단막극 페스티벌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의 신춘문예당선 희곡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부터. 연출가그룹은 자신들이 88년부터 주최해 온 신춘문예공연이 연극계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자 이를 발전시킬 방안으로 페스티벌을 구상한 것이다.
한편 연출가그룹의 이같은 구상이 알려지면서 문예진흥원과 국제연극협회(ITI)한국지부 등 이 지원의사를 표명했으며 신춘문예공연장을 제공했던 샘터파랑새극장도 페스티벌 장소제공을 약속했다.
연출가그룹의 윤 회장은『 9월까지 문예진흥원에 계획안을 제출하고 외국극단 섭외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진행 중』이라며 정 페스티벌은 자칫 침체에 빠지기 쉬운 봄철연극계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