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에 시달리는 「78세 김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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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축 보행”… 의사ㆍ소식통이 본 건강과 근황/무릎ㆍ척추 관절염 악화된듯/작년 방중때 등에 “요즘 허리 아프다”토로/북한 「장수연구소」설립 김 건강 체크
북한 김일성이 지난 4월 자신의 생일에 부축을 받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사진이 최근 보도돼 김의 건강상태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관측은 70년대부터 제기됐었다.
김의 대표적인 증세는 목뒤에 난 혹.
75년 3월 이 혹이 경부암이라는 설이 나왔고,76년 1월에는 경부암이 악화돼 동구의 한 국가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외신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78년 5월 화국봉 당시 중국주석이 북한방문시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한 김의 혹크기를 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75년때의 혹크기와 비슷하고 따라서 악성은 아닌 것 같다』는 견해가 제기된 이후 이 혹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82년에는 김정일과 후처 김성애의 불화로 충격을 받은 김일성이 지병인 고혈압과 뇌신경증이 악화되어 수일간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와 함께 한때 중태설까지 나돌기도 했었다.
84년에도 『김일성이 심장병등 때문에 건강이 1년동안 크게 악화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많은 추측과 관측들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은 「건재」를 과시,그 이후에는 「지병설」이 일체 나돌지 않은채 최근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최근의 사진은 김일성의 고령에 따른 전반적 노쇠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의 이번 사진에 대한 의학전문가들의 소견은 대개 관절염계통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양대 류머티스내과장 김성윤교수는 『비만으로 보일 정도의 건장한 체격에 부축을 받는다면 무릎과 척추관절등에 퇴행성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근육이 약화된 것』으로 진단하고 『이 병으로 움직이는 것을 피하고 앉아만 있게 돼 체중이 더욱 불고 따라서 관절염이 가속화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김의 체격등으로 미루어 과다 콜레스테롤로 인한 동맥경화,고지방 협착증등이 있을 수 있으나 외견상으로 본 김일성의 건강은 그 나이에 맞는 건강수준보다 다소 좋게 보인다』고 종합평가했다.
지난 4월 북경을 방문하여 김을 만났던 미주교포들도 그때까지 김이 건강했음을 전하고 있다.
또 지난 4월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9기 1차회의에서 김일성은 비록 앉아서 했지만 70여분동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연설을 해 78세로서는 대단한 정력을 과시했었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을때 등소평이 건강을 묻자 김일성은 『요새 허리가 아파서…』라고 대답은 했으나 등이 『건강이 좋아 보이는데 무슨 말이냐』고한 대화등으로 미루어보아 김의 건강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부관계자들도 분석하고 있다.
다만 김이 78세의 고령인점으로 볼때 그날그날의 상태에 따라 기복은 있을 수 있으며 사진이 찍히던 날 우연히 상태가 나빴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김의 건강을 위해 장수문제연구소까지 운영하는 등 김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은 최근 동구의 변화와 한소정상회담을 보며 몹시 괴로워 했으며 이러한 마음의 고통이 노령인 그의 건강을 갑자기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브레즈네프도 81년 소불정상회담때 측근의 부축을 받는 사진이 공개됐었는데 1년뒤에 사망했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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