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내 나이 지금 계란 한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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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카트를 몰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팜데저트 AP=연합뉴스]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이 13일 새벽(한국시간) 개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 박세리.이선화(이상 CJ).김미현.이미나(이상 KTF).장정(기업은행).한희원(휠라코리아) 등 모두 6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다. 재미동포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까지 합친다면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7명이 한국 출신인 셈이다.

개막 전날 박세리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근황을 물었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후배들이 저 보고 계란 한 판이래요."

기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계란 한 판은 모두 30개잖아요. 제 나이가 이제 서른 살이니 시집갈 나이가 됐다는 뜻이지요"라고 설명한다.

박세리는 "(박)희정이가 올 겨울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며 "결혼은 천천히 하더라도 당장 남자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자의 조건이 뭐냐고 묻자 단숨에 대답이 돌아왔다.

"외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성실한 사람이면 되고요, 내 직업을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가 1년 내내 미국 전역을 돌면서 대회에 출전해야 하니 그게 어디 쉽겠어요."

몸 상태는 어떤지 궁금했다. 2년 만에 이 대회에 출전하는 박세리는 "빅혼골프장에 있는 집에서 1주일 이상 쉬어 컨디션은 무척 좋다. 이 골프장에만 오면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정말 지긋지긋했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요. 과거에는 단 한번만 샷 실수를 해도 두고두고 후회하고 곱씹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니까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스윙 자세도 약간 달라 보였다. 과거에는 콤팩트하면서도 파워 있는 스윙 자세였지만 지금은 백스윙을 약간 줄인 듯한 모습이었다. "제 스윙 폼이 달라졌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지금은 이게 편해요."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 수개월 전에 사용하던 아이언을 다시 꺼내들고 출전했다. 그는 "예전에 쓰던 아이언을 들고 나왔더니 거리감이 무척 좋아졌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팜데저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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