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씨가 번역했다던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 대리번역·이중번역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번역자 정지영(사진) 아나운서를 내세운 이른바 '스타마케팅'에 힘입어 출간 9개월 만에 100만 부 이상이 팔린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를 둘러싸고 대리 번역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번역가 김모씨는 12일 "'마시멜로 이야기'는 내가 번역한 원고에 정씨의 이름만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출판사가 계약서에'책 번역자로 제3자를 내세울 수 있고 이를 비밀로 한다'는 내용을 넣자고 해 동의했다"면서 "그러나 정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자기가 번역한 것처럼 힘들었음을 토로하는 걸 보고 분노를 느껴 입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경BP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김씨와 정씨 양쪽과 모두 계약을 맺고 번역을 진행한 이중번역이었다"고 설명했다.

◆ 이중번역?=한경BP에 따르면 '이중번역'을 의뢰한 이유는 '참고용'으로 쓸 번역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현문 한경BP 편집부장은 "정씨가 전문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역이나 퀄리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문제가 발생한 뒤 정씨에게 수정을 요청할 경우 책 출간이 계획했던 것보다 늦어질 것을 걱정해 이중으로 번역을 맡겼다"고 밝혔다. 그는 "정씨의 원고가 도착한 뒤 김씨의 원고와 원서를 대조해 가며 윤문(글 다듬기) 작업을 했으나 정씨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지영, 정말 번역했나=김씨는 한경BP 측의 주장에 대해 "이중계약을 할 생각이었다면 왜 '제3자를 번역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정씨가 진짜로 번역을 했느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씨는 책 출간 뒤 팬 사인회도 네 차례 열었다. 정씨의 매니저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번역을 맡겼다는 사실을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가 번역을 했다 하더라도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출판 관계자는 "유명인의 이름을 빌리는 대리 번역이 일부 행해진다는 것은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마시멜로 이야기'는 이러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