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부시, 대북 대응 옵션 제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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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성공 선언 이후 북한에 강경한 경고를 선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미국이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별로 없으며 중국과 러시아, 한국에 대한 제한적인 지렛대, 즉 영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가 미국 국가 안보 정책의 기본이며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비록 북한의 핵무기 보유 야망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대로 거슬러 갈 수 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가 돌출됐던) 지난 2002년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게리 새모어 외교관계독립위원회(ICFR) 부위원장은 "부시 행정부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들은 압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었다. 미국의 대북 강제력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특히 이라크와의 전쟁 와중에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제공한 것을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나 핵물질의 이전을 시도한다면 "전적으로 핵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레드라인(금지선)'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이 북한 선박 봉쇄 강화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 해상에 대한 완벽한 해상 봉쇄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새모어는 "그것(북한에 대한 완전한 해상 봉쇄)은 북한에 의해 도전을 받을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될 전쟁 행위가 된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갈등을 시작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북한은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받을 제재조치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볼 것이며 아마도 그것이 맞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제제재가 오래될 경우 '핵보유국'인 북한이 내부에서 파열되는 것을 그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나 이란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하며 중국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지난달 주요 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해 잠깐 언급한데 이어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관리들은 중국을 성토한 바 있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국방외교정책 담당 부소장 테드 게일런 카펜터는 만약 미국이 "중국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 너무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미-중 관계는 냉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핵실험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로 자임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위상을 끌어 올리려던 중국에게 타격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2003년 이후 중국은 북한의 인접국과 미국들 사이에서 북한의 핵실험이란 결과를 피하기 위한 협상을 주도했지만 결국은 아시아 이웃 국가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의 대북 제제 정책의 내용과 수위에 따라 그동안 그들이 주장해 온 '내정 불간섭'이란 원칙의 적용 범위도 가늠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선택'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이 미국의 대안이 되려 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다만 신문은 점증하는 국제사회의 압력 하에서도 중국은 북한 체제 와해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의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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