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파장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 북한이 선언 6일만에 핵실험을 조기 강행한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계산 속에서 핵실험을 강행해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향후 북미간 극적 담판의 과정에서 유리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따라서 10월 3일 북한의 핵실험 공언은 이미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결정과 선택이 모두 정해진 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부시행정부로서도 참기 힘든 레드라인으로 이번 핵실험을 설정한 것 같고, 직접 강행해버리면 부시 행정부로서도 더 이상의 대북 무시 정책을 고수하지 못하고 북미간의 협상에 임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한 듯하다.

- 북한 핵실험이 미칠 파장은.
가장 큰 것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과 한국이 추진해왔던 핵포기ㆍ핵개발 저지 정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자기들이 의도했던 대로 핵무기를 직접 보유한 국가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크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핵실험을 강행한 이상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무엇보다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미 미사일 실험 발사 때북 결의안을 채택한 일이 있고, 이번에도 의장 성명을 채택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보다 높은 수준, 보다 넓은 범위의 대북 제재를 담은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하고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모든 국가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대북 제재의 전면 압박을 시작하고 중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대북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번 의장 성명 채택에도 별다른 이의 없이 참석했기 때문에 이를 어기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만큼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남북 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공식적으로 남북 관계는 중단됐다. 최근 북미간 대결 고조로 남북관계는 큰 변수로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앞으로 남북 관계는 더욱 부차적인 변수로 취급되면서 경색과 중단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 향후 전망은.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 문제가 더 이상 확대ㆍ악화되지 않도록 긴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란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부시 행정부가 문제를 키워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서둘러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북미간 협상과 담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제재와 압박, 그에 대한 북한의 대미 강경대응이 맞부딪치는 끝없는 긴장 고조로 가게 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미국과 북한이 더 이상의 긴장 고조행위를 중단하고 서둘러 마주앉아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막판 대타협이 길을 열어야 한다고 본다. 93년, 94년 경우처럼 북한이 레드라인에 발을 걸친 위험한 상황에서 미국이 시급하게 대북 특사라도 보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막판의 진지한 타협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정부는 딱히 지금의 북미간 대결구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3원칙이라고 하는 기존의 원칙은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대북 포용정책, 즉 화해협력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민족관계를 증진시키겠다는 입장, 큰 기조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대북 포용정책이 북미간의 대결로 빚어진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실험 강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즉 대북포용정책의 차원과 북미간 대결상황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포용정책의 실패나 성과로 이 부분은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핵 실험 이후의 한반도 위기를 잘 관리하고 이 위기를 긴장 고조로 나아가지 않고 극적인 긴장해소로 나아가도록 하는 묘안과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북핵3원칙의 재고와 함께 대북 포용정책 기조는 유지해서 이제는 핵을 가진 북한을 우리가 어떻게 설득하고 만류해서 핵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이런 방법과 대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 북한의 대응은.
가장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핵물질이나 핵무기의 이전이다. 미국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10월 3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펴온 논리,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방어적인 자위력 차원의 핵무기 보유이기 때문에 이전에 따른 논리적 정당성도 없다. 따라서 핵무기 보유와 핵실험 정도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순이라고 본다. 다만 핵실험 이후 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증대시키고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핵물질을 증대시키는 것, 플루토늄의 양을 증가시키는 등의 행위는 취할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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