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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로 새돛 단 민자호/3당합당 석달만에 첫 전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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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잡음없게 단일체제 서열 정비/당권관련 「딴생각」이 “순항변수”
여야 3당통합으로 새로운 거여 집권당이 된 민주자유당이 파란과 우여곡절을 거쳐 9일 첫 전당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본격 출범했다.
1월22일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 합당선언으로 시작해 2월9일 합당대회를 가진지 꼭 3개월만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가 그들 스스로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할 만큼 경제적 침체와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환호와 갈채보다는 대다수 국민의 냉랭한 시선을 의식,대회규모를 축소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민자당 해체를 주장하는 학생ㆍ재야의 시위로 대회장 주변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것등을 민자호가 처한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당지도체제를 정비,노태우총재를 정점으로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김종필ㆍ박태준최고위원으로 이어지는 단일 지도체제를 확립함으로써 1백여일동안 끌어왔던 과도적 3인 집단지도체제를 청산했다.
이로써 급조된 3당합당에 따라 그동안 1노2김의 위상이 확립되지 않아 혼란과 잡음이 그치지 않았던 불확실성을 일단 제도적으로는 해결한 것이다.
이날 대회장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지명된 김영삼대표가 『총재이신 노태우대통령이 훌륭히 국정을 수행하고,난국을 영예롭게 헤쳐나가도록 저의 성심과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간의 병렬적 집단지도체제가 단일지도체제로 넘어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지도체제로의 명문규정에도 불구하고 노­김영삼간의 당운영에 관한 권한배분은 분규의 소지가 있고 김영삼­김종필씨간의 「동지적 결속관계」와 세 최고위원의 「합의제」 운영상의 난점등은 앞으로 당운영은 물론 전체적 정국구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공화계가 「총재단일지도체제」를 강조하는 데 비해 민주계가 굳이 대표최고위원의 당무전담운영권한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란의 소지를 갖고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이 김영삼대표를 비릇한 「합의제 집행기구」인 최고위원들에게 얼마만큼 믿고 당무집행을 위임하느냐는 측면과 아울러 김영삼대표가 노대통령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편안하게 임기를 보장해주는가의 여부가 노총재­김대표의 신뢰관계회복의 관건이자 「정권동업」의 성사를 결정케 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앞으로의 대권 향방에 관한 문제와 연결되며 이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내부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권각서설」과 같은 파문은 계속 일어날 것이며 앞으로의 개헌추진 시도과정이나 정책추진에 있어서 결정적인 대립요인으로 등장,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똑같거나 비슷한 출발선 확보」를 위해 최근 김영삼대표의 「과욕」을 강도높게 견제해온 김종필최고위원이나 「대행」 꼬리를 떼고 민정계의 새 구심점으로 떠오른 박태준 최고위원등도 김영삼대표의 독주를 허용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자당의 단일지도체제의 규정이 곧 민정ㆍ민주ㆍ공화 3계파를 용광로에 녹이는 화학적 결합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1노2김이 파쟁을 불식시키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30여년동안 다른 길을 걸어온 3계파를 융합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려니와 오랜 시일을 요하는 것이다.
이런 이질적 요소들은 민주계가 주장하는 개혁노선의 추진과 민정ㆍ공화계의 안정노선 추구에서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같은 마찰은 몇차례 당정회의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또 계파간의 이질감과 노선상의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차기집권구도일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의회와 내각에 함께 국민에게 책임지는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한다』라는 내용의 강령을 개정함으로써 내각책임제도의 개헌추진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권과 직결된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민자당내 일부에서 확실한 공감대의 형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개헌논의의 부상과 함께 민자당의 감춰진 갈등요인이 급격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시기는 그리 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민자호가 이날 「통일을 주도하는 국민정당」의 기치를 걸고 닻을 올렸지만 3당합당의 이질성과 차기대권을 둘러싼 이런 암초들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그 항로는 매우 거칠고 순탄치 못할 수도 있다.<박병석기자>
◎민자 첫 전당대회 이모저모/“노태우총재” 김영삼위원이 제청/재야 “원천봉쇄” 위협에 4중 경비
○각계인사등 8천명 참석
○…9일 오전 10시 잠실올림픽공원내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민자당 첫 전당대회는 예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1시간30분동안 일사천리로 진행.
『손에 손잡고』 연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노태우대통령이 김영삼ㆍ김종필 최고위원,박태준 최고위원대행과 함께 입장하면서 시작된 대회는 성원보고,김종필 최고위원의 개회선언,박태준 최고위원대행의 선언문 낭독,채문식 상임고문의 전당대회 의장선출순으로 계속됐다.
이날 대회에는 유창순 전경련회장,김상협 대한적십자사총재,서의현 조계종총무원장등 각계인사와 삼부요인,민자당대의원 5천3백여명등 8천여명이 참석.
○대의원들 “이의 없습니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김영삼최고위원의 제청으로 노태우대통령이 당총재로 선출되는 과정.
채전당대회의장이 김최고위원의 제청을 받아들여 『이의 없습니까』라고 묻자 대의원들은 『없습니다』라고 호응했으며 이어 채의장이 『만장일치 뜨거운 박수로 선출해주시기 바랍니다』고해 박수소리와 「노태우」의 연호가 진동.
노총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손을 번쩍들어 답례했으며 최고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취임연설을 시작.
이어 김재광의원이 일어서 김영삼ㆍ김종필ㆍ박태준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하자는 제청발언도 열렬한 박수로 통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노총재의 지명에 박수로 선출됐는데 노총재는 지명사에서 『민주발전에 일생을 바치시고 국가안정과 국리민복을 위해 3당통합이라는 대결단을 내리신 김영삼최고위원을 대표최고위원에 지명한다』고 연설.
○87년 민정당때와 비슷
○…경찰은 전대협ㆍ국민연합등 재야운동세력이 서로 「원천봉쇄」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대회장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주변에 4중 경비태세를 갖춰 87년 민정당의 6ㆍ10전당대회와 외관상 비슷.
올림픽공원 주변도로와 건물 곳곳에는 사복경찰이 배치돼 검문을 강화하고 공원입구에서 삼엄한 차량검색이 실시됐으며 펜싱경기장 출입구는 금속탐지기까지 설치,일일이 가방등 소지품을 검사.
대회장안에도 이른 아침부터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이 대의원석 중간 중간을 차지하고 앉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행사장밖에는 소방차ㆍ고가 사다리차도 대기.
대회장에는 『조국에 영광을,국민에 희망을,당원에 보람을』『국민에게 받은 기대 정책으로 보답하자』『합당에 보낸 지지 민주화로 보답하자』고 쓰인 대형 현수막과 각종 중소형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고 대의원석에도 노태우총재와 김영삼ㆍ김종필 최고위원ㆍ박태준 최고위원대행의 이름이 쓰인 피킷,노총재의 캐리커처ㆍ사진 등이 준비돼 있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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