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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입력

동양에도 이기주의는 있었다!
- 진정한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동양적 이기주의의 모색

“내 터럭 하나를 뽑아 온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BC 440년, 중국 전국시대에 ‘나를 위해 산다!’라고 떠들며 다니는 괴짜 철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양주楊朱. 강력한 국가권력이 할거하는 시대에 개인의 존엄을 대변하는 이 유명한 말은 이후 <맹자><회남자><한비자><열자> 등의 고전에 언급되며 ‘위아爲我논쟁’으로 분화 발전되었다. 제왕帝王의 철학을 중시하는 <맹자>에서는 양주를 ‘남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라 주장하며, 그의 ‘위아’ 사상을 가치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한비자><회남자><여씨춘추>는 ‘위아’를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나라를 위하는 삶’으로 규정하면서, 이는 생명사상의 기원이며 자신의 생명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논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공자는 <논어>에서 ‘자신을 위해 학문을 하라’라고 주장했다. 공자는 “옛날 사람들은 제 몸을 위해 공부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남을 위해 공부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양주의 ‘위아’와 공자의 ‘위기지학’은 서양의 이기주의와는 차이가 있지만, 국가와 사회를 중시하는 동양철학적 풍토 속에서 ‘개인의 발견’과 ‘개인의 완성’이 이미 논의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동양에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악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절대권력이 무너지고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21세기의 사회에서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기주의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저자 김시천은 ‘옳은 말씀만 하고, 좋은 말씀만 하는’ 무겁고 고루한 동양고전을 시대가 바뀌었으니 우리 삶에 맞는 가치관으로 다시 해석해보자는 실천적이고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동양고전에 근거하면서 현재 우리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새로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개념을 모색한 책이다.

사회적 이기주의를 위하여!
- 동양고전에 대한 새롭고 도발적인 해석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동양의 이기주의란 씨실과 동양고전이란 날실을 엮어 동양적 이기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동양고전을 통해 동양 이기주의의 역사적인 흐름을 만들어낸 것 외에도, 대인의 큰 이기주의와 소인의 작은 이기주의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그들의 역할을 명시하여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각자의 권한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게 한 것은 돋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제1부는 동양고전에서 발견한 동양적 이기주의를 다룬다. 1장에서 양주의 ‘위아’ 사상을 통해 개인의 발견을 이루었다면 2장은 개인을 구성하는 ‘몸’과 ‘정’의 철학을 독특한 시각으로 설명한다. ‘나의 몸은 정에 울고 웃는 피리다’로 시작하는 저자의 유쾌한 수사와 흥미로운 고전 분석은 동양철학에서 중시여기는 ‘몸’과 ‘정’의 관계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3장은 대인의 큰 이기주의와 소인의 작은 이기주의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언급한다.

제2부는 이기주의의 실천적 모습과 방향에 관한 내용이다. 이기주의는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 추구를 위한 권리’이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사회적 지위, 즉 ‘자리’에 따라 대인의 이기주의와 소인의 이기주의로 나누어진다. 대인의 이기주의란 자신을 넘어 세상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현실 정치(천하)에서 바른 길을 설파한 공자의 이기주의(4장)나 현실을 떠난 예술의 세계(강호)에서 도를 찾았던 장자의 이기주의(5장)가 그것이다. 반면 소인의 이기주의(6장)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대인의 이기주의가 의무라면 소인의 이기주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대인은 자기의 행복추구를 위해 의무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 누가 강요해서 의무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대인이 의무를 원하지 않으면 그 ‘자리’를 안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인의 자격이 될 수 없는 소인이 대인의 ‘자리’를 탐하고 그것을 취한 뒤에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거나, 소인인 사람이 대인의 고민까지 하면서 사회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시천은 소인의 작은 이기주의, 즉 사회적 이기주의를 보다 당당하게 누리자고 권장하고 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이기적으로 살아보지 못하고 국가권력에게 자신을 희생했던 소인들에게 ‘당신들은 대인이 아니라 소인이니 권리를 내세우며 오늘 하루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보라’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괘씸하고 발칙한 상상, 진리가 하나인 시대는 지났다!
- 범인凡人의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철학을 위하여

이기주의를 옹호하고 나선 저자 김시천은 중진 동양철학자 28명이 꼽은 ‘우리시대 주목받는 신진 동양철학자 8인’에(2006년 9월,<교수신문> 주최) 선정된 신뢰받는 젊은 동양철학자이다.

그는 이미 박사논문과 《철학에서 이야기로 - 우리시대 노장철학 읽기》를 통해 노자와 장자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뒤엎는 다양한 시선들과 눈에 띄는 재해석을 보여주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의 시선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논어>와 <장자>에서 <한비자>와 <열자>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방대한 양의 동양고전에서 김시천이 주목했던 것은 역사와 지배 이데올로기에 가려져 늘 희생을 강요당했지만 그래도 ‘정에 울고 웃는’, 희로애락을 지닌 동양에서의 ‘개인의 발견’이었다. 자신을 위해 학문을 하라는 공자의 이기주의나 예술 세계에서 도를 이룬 장자의 이기주의 또한 행복하고 싶다는 자신의 열망의 산물이었고 이기주의를 긍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큰 힘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개인의 다양성이 무한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21세기는 고전 분야에서도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고전은 하나의 진리를 넘어 다양한 접목을 필요로 한다. 시대에 따라 고전과 고전에 담긴 삶의 철학은 다르게 읽혀야 하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철학이 필요하다. 동양철학계에 그 누구도 쉽게 던지지 못했던 동양의 이기주의에 대해 젊은 철학자 김시천은 ‘괘씸하고 발칙한 상상’을 선보이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단순한 ‘삶의 기술’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로 동양의 이기주의를 변호하는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동양 고전읽기의 새로운 장을 열어줌과 동시에 흥미로운 지적 호기심을 독자들에게 던져줄 것이다.

■ 지은이 : 김시천
이기주의의 변명을 넘어 우리에게 세상을 이기적으로 살라고 힘주어 말하는 철학자가 있다. 공자님이 살아온다면 “참으로 괘씸하고 발칙하다!”며 역정내고 돌아앉을 일.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공자님도 우리에게 이기적으로 살라고 하셨으니까!”
동양학계의 젊은 철학자 김시천. 그는 노장철학과 기철학, 한의학과 서양철학을 두루 섭렵한 새로운 세대의 주목받는 동양철학 연구자이다. 고전에 충실하고, 특히 고전을 오늘의 관점에서 보는 눈이 탁월하여 선배 철학자들은 그를 ‘동양철학계의 하이브리드’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고전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바라보자고 한다. 개인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소인의 시대’에 이기주의는 개인의 행복 추구이자 권리라는 것. 저자는 수천 년 전, “나를 위해 산다!”라고 외쳤던 양주의 삶을 추적하며 동양에서의 ‘개인의 발견’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의 도발적인 발언이 현실세계에서 ‘자신을 위해 학문을 하라’는 공자와 강호의 세계에서 도를 발견한 장자의 큰 이기주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명쾌하게 밝혀낸다.
소인小人의 시대, 진리가 하나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동안 터부시 여겼던 동양의 이기주의를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나를 위해 사는 것이 결코 타인을 불행하게 하지는 않는다!
2006년 현재 호서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철학에서 이야기로 - 우리 시대 노장 읽기》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는 《위진현학》, 《철학으로 매트리스 읽기》, 《기학의 모험》 등이 있다.

■ 정가 : 12,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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