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관리에 경계해야할 과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현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늦게나마 정권의 중추부가 안일한 현실인식에서 깨어나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에 적극 대응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우선 이와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그동안 쌓여온 경제침체현상,민생문제의 악화,그리고 지금부터 시작에 불과한 노사분규를 제대로 수습하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는 난국으로 치닫고 있는 여러문제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의견을 제시한 바 있고,또 정부 각 부처가 현재 대응책을 마련중이기 때문에 각론적 견해표시를 반복할 생각은 없다.
그 대신 우리는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기본자세와 접근방법에 대해 몇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현난국은 정부시책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 기본성격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모든 처방이 나와야 된다고 본다. 그것은 곧 문제 하나하나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원칙과 일관성이 철저히 지켜져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곧 거여를 이룬 집권당이 그리고자 하는 그림의 이념적 실체가 무엇인지,어떤 개혁을 어떤 순위로 추진해 나갈 것인지 국민들이 믿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원칙과 일관성을 뜻하는 것이다.
둘째,난국의 충격에 대한 과잉반응으로 졸속대응책을 마련하고 싶은 유혹을 스스로 경계해야 된다고 본다.
지금처럼 모든 문제가 서로 연계되어 있는 사회상황에서 한 문제에 대한 묘방은 다른 문제에 대한 부작용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6공들어 무수히 경험했다.
금융실명제와 토지정책,세입자 보호책,증시부양책 등이 원칙적으로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선적 접근방식 때문에 우왕좌왕하다가 부작용만 남긴 전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쉽고 간단한 처방을 내놓는 방식을 경계해야 된다.
6공정권은 초기부터 가냘픈 국민지지기반 때문에 단시일에 인기를 얻으려는 조바심에 쫓겨 단세포적 「묘방」을 자주 냈고 그 부작용과 용두사미식 후속처리로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이런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총리가 제시한 「현실가능성의 기준」이 난국 대책 입안에 철저히 지켜져야 될 것이다.
셋째,조급한 나머지 상황이 요구하는 정도를 넘어선 과수가 나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를 경계해야 된다. 특히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공권력 행사를 능사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공권력은 위기관리의 최후 수단으로 삼을때 그 효용도 살고 국민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KBS사태와 현중사태에서 이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검찰이 법의 공정한 집행보다는 위협의 수단으로 공권력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오히려 선의의 노조원까지 자극하고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부와 집권당이 현사태를 「진화」의 차원에서만 보지 말고 그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되찾는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임해 달라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