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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먼 「다당제의 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북한도 동구의 민주화 영향을 받아 복수정당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가.
북한은 지난 22일 치른 최고인민회의 9기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대의원후보 가운데 고위급인사로 김일성·김정일등과 나란히 「사회민주당」, 위원장이라는 직함의 이계백을 소개했었다.
이같은 이례적인 조치때문에 북한이 비노동당출신대의원을 어느정도 진출시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었다.
총 6백87명의 대의원가운데 노동당 아닌 타당 출신이 얼마나 당선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사회민주당의 경우 8기때의 28명보다는 훨씬 많이 진출한 것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선거라는 것이 각본에 의한 행사라는 점에서 볼때 이같이 타당출신의 대의원구성비가 늘어났다하여 정치구조상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도 동구의 민주화 바람에 등을 돌리고 있을수만은 없다는 판단때문에 형식적이나마 사회민주당등을 부각시키고 있는 듯 하다.
사실 북한에선 지금까지 정치체질상 노동당 이외의 다른 정당들은 실질적인 역할이 없었던 점에서 볼때 만일 부분적인 「정치개혁」조치가 취해진다면 이들 정당의 역할이 어느 정도 강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북한에는 노동당 이외에 「친여」 정당(북한식 표현으로는 노동당의 우당)으로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이 있다. 사회민주당은 「주체사상」에 기초한 노동당과는 달리 「민족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한 이념정당이고, 천도교청우당은 「동학사상」을 계승하면서 사회주의이념을 지지하는 종교인들의 정당이다.
북한은 1당독재를 은폐하고 국제사회에서 친북세력을 규합하는한편 나아가 대남통일전선공세를 위해 하부조직없이 형식적인 중앙조직만 갖춘 이름뿐인 이같은 정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북한은 동구권의 변화를 끝내 외면할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던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 등에도 90년대에는 능동적인 정치참여를 허용하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천도교청우당의 경우 최근 사망한 최덕신을 이어 정신혁이 이끌어 간다는것 밖에는 알려진것이 없으나 사회민주당의 경우 대외선전용 당기관지(국문판·영문판)를 통해 어느정도 당의 규모나 성격·실태를 파악할수 있다.
사회민주당은 80년의 6차당대회를 계기로 당명을 「조선민주당」에서 「조선사회민주당」 으로 바꾸고 「민족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에 기초한 새 강령을 만들었다. 사회민주당은 과거 기업인·중농·부농으로 있다가 근로자로 된 사람을 비롯해 지방산업·생산협동조합·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협동농장원, 교육·과학·문화·보건부문과 행정·경제관리부문에서 일하는 과학자, 기술자, 공무원등의 지식인들, 그리고 종교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사회민주당 활동을 보면 정책과 노선면에서 노동당과 북한정권을 적극 지지하면서 과학기술발전문제·경공업혁명추진등 세세한 분야에서 노동당의 보조역할을 하고있다.
사회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경제노선은 ▲생산수단의 사회화(국유화·협동화)를 기본으로하면서 「개인의 창의」(개인경리·부업경리·텃밭경리등)를 결합하는 경제제도를 추구하고 ▲경제의 계획화와 함께 「민주주의」를 광범히 발양시키는 것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현여부는 차치하고 명목상 소련과 동구권의 경제개혁과 유사한 측면이 있음이 주목된다.
최근 사회민주당은 당의 성장을 위한 여러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출신과 직업, 신앙과 성별에 관계없이 입당대상자를 파악하되 특히 과거 조선민주당 연고자, 수공업자·상공업·부농·중농출신 중에서 입당대상자를 찾아내고 ▲당기관지 구독자를 늘라는 한편 ▲모든 신입당원들에게 당재정으로 평양시와 명승지를 관광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회민주당 스스로가 「노동당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서도 알수있듯이 한계가 뚜렷한 정당이다. 다만 북한이 90년대에 체제내부의 개혁에 착수하여 정치변화를 모색하게 된다면 이러한 한계내에서 사회민주당의 위상도 변할것 같다. <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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