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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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감축과 관련한 미국 언론의 보도에 이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듯한 언급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때문에 혹 주한미군의 숫자나 위상에 모종의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건 총리는 20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주한미군이 추진 중인 전력증강계획을 거론하며 "인력감축이 다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高총리는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주한미군 감축 요청을 받은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영길 국방장관도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전 세계 미군 재배치와 전력증강.현대화 등을 감안할 때 일부 변화가 있을 개연성이 있어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曺장관은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제안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정부가 대응논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국회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화두에 오른 것은 AP통신을 비롯한 미 언론이 하루 전 3만7천명의 주한미군을 약 1만2천명 줄이려는 방안을 한.미 당국이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마침 다음달 17일부터 서울에서는 한.미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열릴 예정이고, 이때까지 주한미군 임무이양과 용산기지 이전, 주한 미2사단 이전기지 확정 등 굵직한 한.미 간 군사 현안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가 본격 추진될 미묘한 시점에 주한미군 문제가 불거지자 파병 직후 한.미 양측이 주한미군의 위상문제와 관련한 논의에 들어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이미 세계전략의 틀에서 미군의 전력증강을 통한 경량화.기동화와 함께 재배치 문제를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주한미군의 감축도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지 전력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는 차원의 감군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방콕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미군 재배치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한다"고 재확인했다.

"요새 워싱턴 미디어의 보도에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盧대통령이 주한미군 보도에 대해 운을 떼자 부시 대통령이 "그것은 워싱턴의 하급 관리들이 자기네들 생각을 함부로 얘기하는 것이지 미국 정부의 공식 결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런 문제에 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라며 "내가 무슨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도 "주한미군은 2006년까지 1백10억달러를 투입해 현대화하는 방안을 이미 제시했다"면서 "전략증강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력에 질적인 변화가 생겨 체질개선이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수적인 변동은 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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