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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인터넷 승부사 '소프트 뱅크', 초고속網 적자 탈출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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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젠 끝이다.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하겠다!"

한국계 일본기업인 손 마사요시(孫正義.46) 소프트뱅크 사장은 일본 우정성 관료의 사무실에 들이닥쳐 이같이 외쳤다. 그는 실제로 1달러짜리 싸구려 라이터를 움켜쥐고 있었다.

2년 전의 일이었다. 소프트뱅크가 새 사업으로 선택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인 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사업이 경쟁자인 NTT의 비협조로 어려움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ADSL 서비스에 필요한 광섬유 라인을 NTT가 아예 내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참다못한 孫사장은 라이터를 들고 우정성을 찾아갔고 문제는 즉시 해결됐다.

이 같은 손사장의 열정과 전력 투구에 힘입어 지난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 중 소프트뱅크의 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2백36만명으로 네배 늘었다. 관련 수입도 1년 전의 90억엔에서 4백억엔으로 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소프트뱅크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초고속 인터넷에서만 지난 2분기에 2백88억엔의 적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유지가능한 수준의 적자를 넘어섰다고 우려한다.

손사장은 최저 수준인 고속 인터넷 이용료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주문형 비디오(VOD)나 온라인 게임 등 수수료 수입을 늘려 채산성을 맞출 계획이지만 그 자신도 언제 흑자 전환이 가능할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AWSJ는 전했다.

사실 오랫동안 통신산업의 지진아였던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인터넷서비스 선진국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소프트뱅크가 가격 할인 등으로 NTT 등 경쟁자와 전면전을 벌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4년 전만 해도 1억2천7백만명의 일본인 가운데 5분의1만 인터넷을 이용했다. 그것도 비싸고 느려 터진 전화 접속을 통해서였다. 지금 인터넷 인구는 두배 이상 늘었고, 고속 인터넷 사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고속 인터넷 이용자는 8월 현재 1천1백80만명에 달한다. 2년 전의 1백60만명에 비해 일곱배 이상 늘었다.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덕분에 소프트뱅크와 그 경쟁기업들은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있거나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인터넷 전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일본 정부는 4년 뒤 전체 인구의 18%가 기존 전화가 아니라 인터넷폰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우정성은 고속 인터넷 관련 상품과 서비스 시장이 2007년까지 10조엔(9백13억5천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0년 초만 해도 孫사장은 아메바처럼 끝없이 확장하는 인터넷 제국의 황제였다.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당시 20조엔에 달했으며, 아오조라은행.나스닥 재팬과 1천개의 벤처기업도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러나 기술주 거품 붕괴로 2000년 말 소프트뱅크 주식은 최고가의 2%까지 폭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孫사장은 인터넷 서비스에 승부를 걸고 나섰고, 부족한 인터넷 인프라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터를 들고 우정성까지 찾아가는 열정을 보이면서 인터넷 시장을 키웠지만 막상 소프트뱅크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난관에 놓인 것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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