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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원인 남·녀 35% 각각 책임있다

중앙일보

입력

불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보호받아야할 불임여성들의 몸과 마음은 이곳저곳 혹사당하고 있다.

또한 많은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에게 보다 정확한 원인과 치료에 대한 정보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불임 원인…남녀 똑같은 비율 책임

산부인과에서는 부부가 아기를 가지기 위해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져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통상적으로 불임이라고 진단한다.

보통 불임의 원인에 대해 예전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전가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불임의 원인으로 여성측이 약 35%, 남성측이 약 35%, 부부 모두 약 15%이며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 또한 약 15%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마리아병원의 임진호 원장은 “정상적인 부부가 배란일에 맞춰 잠자리를 해도 임신 될 확률은 25%미만”이라며 “잠자리 한 두 번에 임신이 안 됐다고 불안 초조해 하는 것은 임신을 방해하는 스트레스로 작용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임 원장은 여성들의 ‘흡연’을 불임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흡연은 체내 산소부족을 유발시켜 난자의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폐경이 빨리 오게 할 뿐만 아니라 착상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여성들의 비만이나 지나친 다이어트도 불임의 큰 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 김석현 교수팀이 체외수정 시술을 한 불임여성 164명을 대상으로 성공률을 조사한 결과, 비만 여성이 시험관아기 등 체외수정시술 성공률이 정상 체중의 여성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시술 전 부작용 주의해야

이 같은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불임이 되면 많은 여성의 경우 보통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를 통해 시술을 받게 된다.

인공수정은 배란기에 맞춰 남성의 정액을 특수배양액으로 처리해 좋은 정자만을 모은 후, 가느다란 관을 통해 여성의 자궁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시험관아기는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킨 후 수정란을 3∼5일간 체외 배양해 여성의 자궁 내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일부 간과되고 있다는데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불임클리닉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배란유도제인 클로미펜을 복용할 경우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10% 가까이 되며 유산의 확률도 늘어난다고 전했다. 또한 안면홍조와 기분의 변화, 그리고 뒤따르는 우울증, 오심, 유방 압통 등이 있다.

또한 성선자극호르몬으로 치료하는 경우, 쌍둥이 이상의 다태 임신 가능성이 높다. 다태임신의 문제점은 조기 출산의 위험을 늘리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했다. 조기 출산은 신생아들을 심한 호흡부전증, 뇌 내 출혈, 감염, 뇌성마비, 사망 등의 여러 위험에 노출되게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브로모크립틴과 카베골린의 가능한 부작용에는 비출혈, 피로, 졸리움, 두통, 오심, 구토, 졸도, 어지럼증, 저혈압 등이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여성들에게 투여되는 배란 유도제나 과배란 유도주사는 복용하기 전 부작용에 대해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도 임신을 원해

다양한 부작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불임 여성들에게 임신이라는 것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절박한 문제다.

‘아기를 기다린지는 2년인데 거기다가 직장까지 그만 두어 지금은 너무 할일이 없네요. 그래서 운동을 하려다가, 혹시 임신인 줄 모르고 운동하다 유산될까봐 차선책으로 피아노를 다니고 있죠’

‘무리하면 안 된다고 그만둬버린 직장. 시험관 실패하고 염치도 없어서 마냥 쉴 수만은 없는 처지지만 다음 시험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답니다’

위 글은 불임여성들을 위한 인터넷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내용. 한마디로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에 매달리는 여성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얼마 전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창석·지병철 교수팀이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같은 병원에서 체외수정 시술을 받은 106명을 대상으로 한 ‘직업 변동 여부 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 불임여성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직장을 그만두고 체외수정에 실패한 여성 중 상당수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더 큰 상실감과 불안함으로 고통 받는다는데 있다. 서 박사는 “불임 시술에 있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 만큼 불임 시술을 위한 휴직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마련으로 시행되고 있는 불임부부지원사업으로 인해 이러한 불임시술은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임시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인지와 각별한 주의로 부작용을 막고, 임신의 기쁨과 산모의 건강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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